ADVERTISEMENT

"저 울어요""나 손 떨려"…'성덕' 된 여서정·황선우의 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쿄올림픽 양궁 대표팀 김제덕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밝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양궁 대표팀 김제덕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밝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최유정 누나,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 김제덕(17)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 도중 걸그룹 ‘위키미키’ 최유정을 향해 손하트를 날렸다. 좋아하던 연예계 스타가 소셜미디어(SNS)에 ‘파이팅’이라고 댓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수영 황선우(18)도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 관련 질문에 “좋아하는 분이 응원해주시니 얼떨떨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앞서 제니가 SNS로 축하를 건네자 황선우는 ‘손이 떨린다’고 답글을 남겼다. 보이그룹 ‘워너원’ 박지훈의 축하 영상을 본 체조 도마 동메달리스트 여서정(19)는 “저 울어요”라고 감격했다. 자신을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언급한 황선우를 향해 여서정은 “너도 성덕. 나 진짜 손 떨려”라고 답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많은 Z세대 선수가 자신이 ‘성덕’임을 자랑했다.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인 ‘성덕’은 한 분야 또는 스타에게 몰두한 사람(덕후)이 성공적 결과를 얻은 걸 말한다. 양궁 3관왕 안산(20)은 걸그룹 ‘마마무’ 솔라로부터 ‘금산, 갓산, 대산’이라는 응원을 받았고, 탁구 신유빈(17)도 월드스타 ‘BTS’ 뷔의 응원에 감격했다.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수영의 황선우가 1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수영의 황선우가 1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많은 Z세대 선수는 올림픽 출전 자체를 즐겼다. 줄 잇는 ‘성덕’ 공개도 그 일부다. 황선우는 수영 자유형 200m에서 150m 구간까지 선두를 질주한 뒤 “‘노빠꾸 질주’였다. 객기 질주인가? 정말 뒤를 생각하지 않는 레이스였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 없다. 100점 만점에 130점을 주고 싶다”고 자평했다. 그는 경기 직전 “다 받아들이고 즐겨라. 어차피 해야 하는 거고, 어차피 힘든 거니까, 인상 쓰지 말고”라고 되뇌곤 한다.

안산은 자신의 좌우명을 “좋아하는 건 좋아하면서 살자”라고, 김제덕은 “후련하고 후회 없이 쐈다. 대한민국 빠이팅~”이라고 말했다. 육상 높이뛰기에서 4위에 오른 우상혁(25)은 “(세상 모든 4위 분들) 쿨하게 후회 없이 삽시다”라고 말했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예전 선수들은 메달을 못 따면 주눅이 들었다. 요즘은 승패보다 올림픽 자체를 즐긴다”고 전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학과 교수는 “과거 국가대표는 국가라는 ‘짐’을 짊어졌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이 전과 같은 중압감을 갖지 않는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사회적 기대나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한 것도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팬들도 이제는 노력하는 모습에서 감동과 스토리를 찾으려고 한다. 대표적 사례가 메달은 못 땄지만, 결승까지 간 황선우다. 선수도 팬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도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