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의 골프 관전평] 메달 숫자가 문제일 뿐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15:26

박인비. [연합뉴스]

박인비. [연합뉴스]

 “메달획득은 당연, 개수와 색깔이 문제?”

여자 골프는 남자부와 달리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최정상급 선수가 없다. 다만 국가별 참가 선수 숫자 제한 규정 때문에 메이저 대회에 비해 한국 선수들을 포함한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이 상당수 참가하지 못한다.

실제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25위 이내에 유럽 선수는 단 한 명도 없고, 아시아와 북미는 총 22명이다. 하지만 60명의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유럽이 26명으로 제일 많고, 최강 아시아와 북아메리카는 한국과 미국의 4명씩을 포함해 각각 18명, 8명뿐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도 모든 선수가 자국을 대표해 참가하는 올림픽 경기는 그 의미가 특별하다.

60명 가운데 메달획득 경쟁력이 있는 선수는 몇 명이나 될까? 올림픽 위원회의 공식 기구인 국제골프연맹(IGF)이 세계랭킹에 근거하여 7월 29일 기준으로 발표한 올림픽 골프랭킹과 최근 경기력을 감안하면 올림픽 골프랭킹 17위인 아리아 주타누깐 정도까지 메달권으로 판단된다.

즉 20명이 안 되는 선수들끼리의 메달 경쟁이라고보는 게 타당하다. 나머지 40여명 가운데 메달 획득은 이변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 때문일까. 전 세계많은 골프전문가가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특정 국가가 가장 압도적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한국의 여자골프라고 한다. 올림픽 여자골프 한국대표팀으로 선발되는 것이 금메달 획득보다 더 어렵다고도 한다.

메달 획득을 위해선 한국선수들을 뛰어넘어야 가능하고, 그러기 위해선 각자 최고의 경기력, 즉 자신의 A 게임을 펼쳐야 한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IGF 올림픽 골프랭킹 최상위 6명 중 4명이 한국의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 김효주이다.

한국 골프 여자 대표팀. [연합뉴스]

한국 골프 여자 대표팀. [연합뉴스]

올림픽은 60명만 출전하기 때문에 예선 컷 없이 모든 선수에게 4라운드가 보장되어 있다. 한국팀의 실력이 빼어난 선수들에게 절대 유리한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프로대회에선 1, 2라운드 중 하루 부진해 예선통과를 못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올림픽은 그런 우려 없이, 하루 몰아치면 메달권으로 치솟을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의 메달 획득을 저지할만한 선수들을 살펴보자. 남녀 금메달 획득을 노리는 미국팀의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를 주목해야 한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경기력을 보여준다.

미국 내 소수계인 한국교포 다니엘 강의 올림픽 메달 획득은 미국 내에서 자신의 위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회다.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참가도 마다하고 올림픽 준비에 집중한 이유다.

올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신데렐라인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킷과 필리핀의 유카 사소는 파워뿐만 아니라 탄탄한 기본기까지 갖췄다. 올 시즌 뚜렷한 부활을 보여준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와 태국의 아리아 주타누깐도 경계해야 한다.

에비앙 챔피언십에 불참하면서까지 올림픽 준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개최국 일본의 에이스 하타오카 나사도 한국 선수들을 넘어설 강력한 후보다. 남자부 경기에서 마쓰야마 히데키의 부진으로 어깨가 더 무거워졌지만 일본에서 유독 무서운 경기력을 보여줘 왔다.

금메달 스코어를 눈여겨보는 것도 재미다. 올림픽은 같은 코스에서 남녀가 1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른다. 물론 날씨와 전장 등 세팅에서 차이가 나지만 2016 리우 올림픽에선 헨릭 스텐손과 한국의 박인비가 남녀부에서 동일한 스코어인 16언더파로 우승했다.

조 편성도 재미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 박인비, 은메달 리디아 고, 동메달 펑샨샨이 8시 41분에 같은 조로 1라운드를 시작한다. 장타자 그룹 브룩 헨더슨, 렉시 톰슨, 유카사소가 그 앞조로 경기한다.

고진영은 하타오카 나사, 넬리코다와 같은 조다. 김세영은 다니엘 강, 호주의 한나그린과, 김효주는 아리아 주타누깐, 스페인의 카를로타 시간다와 함께 첫 두라운드를 치른다.

병역면제와 명예를 위해 전력을 다한 임성재, 김시우의 실패는 여자 선수들에게 교훈을 남겼다. 기대에 걸맞게 너무 잘하려 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은 4명의 한국 선수들에게박수를 쳐줄 것이다. 올림픽 정신의 의미를 떠올리고 재미있게 임하자. 메달은 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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