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한미훈련,유연하게 대응할 필요" 野 "김여정 하명기관"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15:20

업데이트 2021.08.03 16:20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3일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 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와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선 한·미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김병기(더불어민주당)·하태경(국민의힘) 간사가 전했다.

박 원장은 또 “과거 6·15 정상회담을 위한 접촉 때부터 지난 20여 년간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훈련 연기에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정보위원은 “훈련중단시 상응조치에 대해 북한과 소통했다는 보고는 없었다. 국정원 자체 분석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연합훈련 중단 유연한 대응 필요” 주장에 여야 공방 

박 원장의 발언을 놓고 여야 간사는 브리핑에서 장외 공방을 벌였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이 김여정 부부장의 하명기관으로 전락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북한 비위 맞추기 경쟁하나”라고 따졌다. 또 “국정원은 정보 부서이지 정책 부서가 아니다”라며 훈련 연기 검토 주장 자체도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박 원장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맞섰다.

정보위 개최 배경을 두고도 하 의원은 “국정원이 긴급하게 열고 싶다고 해서 오늘 오전에 잡았는데 오늘 메시지를 보면 연합훈련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이 주된 메시지였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많은 언론과 의원들의 질의가 있어서 여당이 요청하는 형식을 빌려 회의가 개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국정원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조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요청한 것”이라며 “남북이 매일 두 차례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배경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 간 수차례 친서 교환을 통해 판문점 선언 이행 여건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우리 정부가 향후 북·미 관계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급 양주·양복 수입 허용도 북미회담 전제조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정원은 북·미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고급 양주·양복 등의 수입 허용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양주·양복 금수 해제 필요성 주장은 박지원 국정원장과 하태경 의원 간 문답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원장은 생필품 금수해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치품으로 인식되는 생필품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하 의원이 “그게 뭐냐”고 묻자, 박 원장이 “고급 양주와 양복”이라고 답변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김정은 위원장 혼자 소비하는 게 아니라 평양 상류층 배급용. 상류층의 생필품”이란 이유를 댔다고 양당 간사들은 브리핑에서 설명했다.

국정원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뒤통수에 파스를 붙이고 있어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데 대해 “패치는 며칠 만에 제거했고 흉터는 없었다. 가벼운 걸음걸이 등을 볼 때 건강 이상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에 대해선 “외교안보 총괄을 실질적으로 하는 걸로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올라갔다기 보다 실질적 2인자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고에서 최근 북한의 여러운 식량·경제 사정에 대해 상당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식량이 연간 수요에 비해 100여만 톤 부족하고 재고량도 바닥이 났다. 전시 비축미를 공급하며 가을 추수기까지 버티고 있는 중”이라며 “곡물 가격에 대해서도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로 규정하고,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지난해 산업 가동률 역시 “석탄 수출 중단, 광산 침수, 원자재 부족 등으로 그 전 해 대비 5%포인트 하락한 25%에 불과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또 “상반기 북·중 무역은 6575만 달러 규모로 지난해와 비교해 84%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위원은 “최근 어려워진 내부 사정 때문에 북한이 통신연락선 복원 등에 나섰다는 분석은 국정원이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 내 코로나19 발생 징후는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가 제안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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