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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젠 金 집착 안 한다? '링링허우' Z세대들 'SNS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14:09

업데이트 2021.08.03 14:48

 '진격의 Z세대'

중국 신예 선수들의 진격이 거세다. 특히 '링링허우(2000년 이후 출생자)'들이 선전하는 모습이다. 도쿄올림픽 첫 금메달을 장식한 여자 10m 사격을 시작으로 남자사격, 수영, 다이빙 등 종목에서 이들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이들의 나이는 많아야 한국 나이로 22세에 불과하다.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중국에서는 이들 '링링허우'를 포함하는 Z세대를 두고 '개성'과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세대라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만의 취향과 생각을 드러내는데 숨김이 없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가진 이들과 교류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실제로 올림픽에 참가한 젊은 선수들에게도 이런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올림픽이 전부 끝나지도 않은 지금, 벌써 '톡톡 튀는' 매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Z세대 선수가 있다.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 또 혼성 10m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딴 양첸(杨倩) 선수다.

중국 사격 국가대표 양첸 선수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중국 사격 국가대표 양첸 선수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인터뷰 촬영 때마다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생긋 웃는 장면은 뭇 수많은 '이모', '삼촌'들의 마음을 홀렸다.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은 "너무 귀엽다", "00허우만의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개도 어렵다는 금메달을 두 개나 따와 국위선양을 했으니 뭘 해도 '아빠 미소', '엄마 미소'가 나오는 팬들의 마음이다.

[사진출처= 양첸 웨이보 캡처]

[사진출처= 양첸 웨이보 캡처]

메달뿐만이 아니다. 양첸이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학교 학생이며, 여름방학 때 '짬을 내서'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사실도 온라인에서 널리 퍼져 나갔다. 최근의 그는 실력과 재능, 지성을 겸비한 '국민 여동생'으로 추앙받고 있다. 양첸이 올림픽 경기 무대 위에서 사용한 헤어핀은 타오바오 등 사이트에서 3일 만에 7만 개가 팔리고, 경기 후 그가 올린 SNS 글에 300만 개 이상의 좋아요와 10만 개 이상 댓글이 달리는 등의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양첸의 머리띠와 비슷한 모델이 중국 온라인 커머스 사이트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출처= 중국망 캡처]

양첸의 머리띠와 비슷한 모델이 중국 온라인 커머스 사이트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출처= 중국망 캡처]

운명의 신은 가혹하다..? 같은 종목 예선 탈락 Z세대 동료 선수

양첸이 승승장구하던 이 순간, 어느 한 명의 선수는 그와 정반대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양첸보다 2살 더 많은 98년생 Z세대 왕루야오(王璐瑶) 선수다. 24일 여자 10m 공기소총 종목 예선 당일, 왕루야오는 양첸과 함께 경기장에 올랐다.

 중국 사격 국가대표 왕루야오 선수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중국 사격 국가대표 왕루야오 선수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하지만 왕루야오는 양첸과 달리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625.6점을 획득하며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과 동기들의 성공이 부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을 왕루야오지만, 그는 이내 훌훌 털어내려 했다. 경기 후 SNS에 글 하나를 올린 후에 앞으로의 일에 전념하려 했다. '쿨'해 보이려고 인터넷 용어도 섞어서 경기 소감을 한마디로 적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아쉬워요. 쫄았던 거(怂) 인정합니다. 3년 후에 다시 봐요~"라고 적었다. Z세대답게 솔직하고도 간단하게, 직설적이게 적었다.

[사진출처= 왕루야오 웨이보 캡처]

[사진출처= 왕루야오 웨이보 캡처]

그리고 이 SNS 글은 곧 수많은 '악플 부대'를 몰고 왔다. "무슨 생각으로 셀카를 올렸나", "반성하기는커녕 '쫄았다'라는 부적절한 표현까지 섞어 쓰다니" 등 예선에서 탈락했으면서 잠옷을 입고 셀카를 찍는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들이 수없이 달렸다.

결국 왕루야오는 다시 사과문을 올려야만 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경기를 앞두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력 발휘를 못 한자신을 '쫄았다'라는 표현으로 평가하고 싶었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에 셀카를 올렸다고 해명했다. 또 동시에 3년 후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 왕루야오는 첫 출전이지만, 2년 전 사격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땄을 만큼 실력을 갖춘 선수다.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중국은 더는 금메달에 집착 안 해" 위로하는 관영 매체와 중국 여론

비단 양첸과 왕루야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는 여러 이변이 존재했다. 중국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탁구에서 일본이 사상 처음 중국을 이겨 금메달을 따는 등(혼합 복식)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메달을 따지 못한 중국 선수들은 "죄송하다"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출처= CCTV 웨이보 캡처]

[사진출처= CCTV 웨이보 캡처]

온라인에서 왕루야오 등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선수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일자 CCTV 등 중국 관영 매체에서는 "금메달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금메달이라는 목표와 선수들 개개의 역량보다도 스포츠를 통한 단결심과 함께 즐기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중국 SNS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도 비슷한 반응이 보였다. "중국은 왜 더는 금메달에 집착하지 않게 됐나" 등의 주제가 1위에 올랐다. 공감을 많이 받은 글 중 하나는 "중국은 줄곧 메달의 색깔과 개수에 집착해 왔지만,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 금메달 개수를 통해 타국으로부터 인정받으려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가 똑같이 박수를 받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중국으로 돌아온 양첸과 왕루야오 두 선수에 대한 중국 내 반응 '온도 차' 때문이다.

 양첸 선수(좌)와 왕루야오 선수(우)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양첸 선수(좌)와 왕루야오 선수(우) [사진출처= 웨이보 캡처]

'금의환향'의 양첸은 한 기업으로부터 집 한 채를 선물 받게 될 예정이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 야거얼 그룹(雅戈尔集团)은 금메달을 따 국위선양을 한 양첸에게 부동산 한 채를 기증할 것을 약속했다. 원래 47만 명이던 틱톡 팔로워 수는 며칠 만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 그의 소식들은 실시간으로 중국 각종 SNS에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있다.

반면 왕루야오 선수 쪽은 조용하다. 다소 차분한 모습이다. 그의 웨이보에 다시 들어가 보면 이전의 '문제의 글'과 더불어 사과문 역시 지워진 상태이다. 대신 7월 28일 올라온 글에는 "오케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다시 한번 화이팅"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성공의 경험을 한 번 가져보고, 그 달콤함을 느껴본 양첸과, 절치부심하며 조용히 '수련 모드'에 들어간 왕루야오. 3년 후 파리에서 웃게 될 선수는 누구일까.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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