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매 공개 안해도 ‘퍼펙트!’…유튜브 넘어 ‘AI 홈트’ 시대 성큼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07:00

업데이트 2021.08.03 07:18

아이픽셀 이건무 직원이 이윤희 강사의 실시간 강좌를 들으며 운동하는 모습.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의 순위가 표시된다. 이소아 기자

아이픽셀 이건무 직원이 이윤희 강사의 실시간 강좌를 들으며 운동하는 모습.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의 순위가 표시된다. 이소아 기자

걷든 자전거를 타든 한국인에게 운동은 삶의 일부가 됐다. 건강에도 좋지만 스트레스를 풀고 일상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운동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19 확산은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Home+Training)’가 자리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헬스장과 수영장 등 체육시설 이용에 제한이 생기면서 집이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유튜브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 영상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조사기간 : 2020년 6월19~24일. 대상 : 전국 20~60대 남녀 1000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사기간 : 2020년 6월19~24일. 대상 : 전국 20~60대 남녀 1000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공지능이 운동을 가르쳐준다  

아이픽셀(iPIXEL)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온라인 홈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사용자가 전문 강사(트레이너)의 동작을 보고 따라 하면 그 동작을 인공지능(AI)이 인식해 자세를 확인해 교정하고 기록해주는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다. 지난 2019년 특허를 출원해  ‘하우핏(How-FIT)’이란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미 시장엔 카카오그룹 계열사인 카카오VX가 출시한 인공지능 ‘스마트홈트’ 서비스가 있다. 아이픽셀은 두 가지 차별화 포인트로 승부를 걸었다.

이상수 아이픽셀 대표가 서울 역삼동 공유오피스에서 '하우핏'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이상수 아이픽셀 대표가 서울 역삼동 공유오피스에서 '하우핏'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노출 걱정 없이 강사와 ‘소통’ 

첫째, 홈트가 목표를 달성하는 자기만족의 운동이라는 점에서 어제 내가 얼마나 운동했는지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했다. 둘째, 기존 인공지능 서비스는 동작을 인식해 클라우드 기반의 서버로 보낸 뒤 판단을 하는 구조인데, 이 과정을 스마트폰에서 자체 처리하는 ‘온 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했다.
이에 대해 아이픽셀을 창업한 이상수(43) 대표는 “시장 조사를 하다 보니 카메라 영상이 클라우드 서버를 거칠 경우 얼굴이나 옷차림, 집안 등이 노출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런 우려가 없는 온 디바이스로 구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선 안면 정보 등 개인정보 보호가 AI 기술 확산 시대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스스로 학습해 동작 인식 ‘어썸!!’

기술은 복잡하지만 사용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하우핏 앱을 내려받아 실행시키면 30분짜리 운동 강좌 200여개가 있다. 필라테스·피트니스·다이어트·체형교정·칼로리버닝 등 5가지 분야별로 콘텐트가 분류돼 있고, 신체 부위와 난이도별로 운동을 선택할 수 있다.
이때 TV나 모니터 등 큰 화면을 보면서 운동을 따라 하면 좋은데 케이블로 스마트폰과 TV 뒷면 또는 옆면의 HDMI 단자를 연결하면 간단하게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TV 화면으로 볼 수 있다.

'하우핏'에 등록된 전문강사의 영상을 보며 따라하는 모습. 인공지능이 동작을 분석해 정확할 경우 'Perfect' 같은 칭찬을 하고, 동작 개수도 세 표시한다. 이소아 기자

'하우핏'에 등록된 전문강사의 영상을 보며 따라하는 모습. 인공지능이 동작을 분석해 정확할 경우 'Perfect' 같은 칭찬을 하고, 동작 개수도 세 표시한다. 이소아 기자

운동 영상을 실행시키면 화면 왼쪽은 강사 모습이, 오른쪽은 내가 움직이는 모습이 나온다. 움직일 때마다 내 머리와 어깨·팔·다리에 각각의 선이 표시돼 동작을 정확히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인식하고 동작수를 센다. AI가 미리 입력된 전문 강사들의 모범 동작(샘플 동작)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학습해 동작을 판단하는 원리다.
잘하면 ‘어썸(Awesome)!’ ‘퍼펙트(Perfect)!’ 같은 기분 좋은 효과음과 함께 칭찬이 뜨는데 마치 9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DDR(댄스 댄스 레볼루션)’ 게임을 하는 느낌도 난다.

실시간(라이브) 강좌도 흥미롭다. 말 그대로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대 별로 전문 강사가 사용자들과 소통하는 운동 수업인데, 강사는 내 모습을 직접 보는 게 아니라 AI가 분석한 동작에 따른 점수와 기록을 보고, 운동 동작에 대한 설명이나 조언을 해 준다.

보이지 않지만 실시간 레슨·경쟁 

특히 실시간 강좌에선 현재 접속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 경쟁을 할 수 있다. 내가 더 많은 동작을 정확히 할수록 순위가 위로 올라가는 식이다. 집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부담 없이 운동하고 다른 사람들과 겨루는 효과까지 노렸다는 설명이다.
조만간 동작 인식 기술과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한 다채로운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예를 들어 운동하다가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면 그 동작을 인식해 강사에게 예쁜 하트가 날아갈 수 있다.

현재 전문 강사 7명이 활동 중인데 다음 달엔 필라테스 강사로 유명한 양정원 트레이너도 함께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시대에 강사들도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함께 하는 운동 플랫폼 대한 수요가 높다”며 “헬스장 회원과 연계를 한다든지, (운동 동작에서) ‘퍼펙트’를 많이 받으면 쿠폰을 준다든지 하는 다양한 동기부여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하우핏은 현재 서비스 테스트와 오류 수정을 위해 무료로 배포하는 베타버전으로 운영 중이고, 올가을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3월 앱을 선보인 이후 지난 7월 기준으로 월 순수 이용자가 5배나 급증했다. 특히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최근 KT, 신한라이프(옛 신한생명보험)와도 함께 사업을 하게 됐다. 연내 KT의 올레tv로 하우핏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데 사용자 입장에선 훨씬 편하게 큰 화면으로 운동할 수 있다.

학생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위치기반(LBS)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학생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위치기반(LBS)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연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한 이상수 대표는 게임을 좋아해 아이픽셀 창업 전 네오위즈게임즈 사업부에서 오래 일했다. 그는 “기술 트렌드에 민감한 게임회사에 다니면서 스마트폰이란 플랫폼을 놓치면 얼마나 심각한지 몸으로 깨달았다”며 “2017년 ‘포켓몬고’라는 위치기반 게임이 나왔을 때 증강현실(AR)이 차세대 기회고, 이번엔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0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열린 삼성증권 2분기 우수 본부·지점장 시상식에서 장석훈 사장과 직원들의 아바타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증권

지난 7월 30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열린 삼성증권 2분기 우수 본부·지점장 시상식에서 장석훈 사장과 직원들의 아바타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증권

“현실과 연결된 디지털이 뜬다”

증강현실은 현실 속 물체를 인식한 뒤 거기에 가상의 물체를 덧씌워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최근 가상과 현실이 함께 존재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세계적인 테마로 떠오른 것을 보면 이 대표의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셈이다. 그는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바꾸는 게 목표이자 비전”이라며 “지금까지 영상 등 일방적으로 ‘보는’ 콘텐트가 많았다면 앞으론 운동·교육·레저·댄스 등 ‘현실과 연결되는’ 콘텐트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선 인공지능 분야에서 개발자 등 우수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여전히 우수한 젊은이들이 리스크를 두려워하고 창업 대신 공무원, 로스쿨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흥행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님도 빚을 내서 직원들 월급을 준 시절이 있었다”며 “창업은 어려움과 절실함이 따를 수 있지만,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상상하고 꿈을 꿀 수 있는 멋진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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