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진 찍어드립니다

"부장님, 아니 언니!" 그렇게 열다섯살 어린 친구가 생겼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06:00

업데이트 2021.08.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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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고팠던 이인희씨는 열 다섯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고 다가갔습니다. 결국 연 마음과 소주 한 잔이 우정의 오작교가 되어 직장 동료를 친구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친구가 고팠던 이인희씨는 열 다섯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고 다가갔습니다. 결국 연 마음과 소주 한 잔이 우정의 오작교가 되어 직장 동료를 친구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저는 직장인 19년 차 이인희입니다.

직장에서는 부장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저에겐 둘도 없는 친구가 넷이나 있습니다.
그것도 같은 직장 안에서요.
사실 그 친구들과 나이 차이가 아주 조금(?) 있긴 합니다.
많게는 열 다섯살 차이 나고요.
적게는 열 살 남짓 차이 나지만,
저에게는 보물 같은 ‘동생친구’들입니다.

말도 안 된다고요?
어찌 그게 가능하냐고요?

저 또한 처음에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 생각했었으나
어찌하다 보니 진짜 친구가 되어있었습니다.

어느 날 불현듯 친구의 의미가 궁금해진 적 있었습니다.
갑자기 전화해서 나오라고 하면 나올 사람이 있을까?
그 사람이 나에게 갑자기 전화해서 나오라고 한다면 나는 나갈까?
답은 “No” 였죠.

갑자기 숨 쉬는 것을 의식해서 숨 쉬는 게 어려워진 것처럼,
제가 친구라고 말하고 만나던 사람들이 멀게만 느껴졌어요.
더구나 10년을 만났던 친구인데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중 항상 만나던 직장 동생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그날따라 술을 많이 마신
저는 고민하던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한 동생이 제게 불같이 화를 내었습니다.
“언니! 그럼 우리는 뭐에요?
그동안 함께 했던 일,
함께 지낸 날들,
함께 터놓았던 흉금,
모두 거짓이라는 거에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제게
그 동생은 술잔에 술을 채우고
제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우리 친구예요? 아니에요? 언니가 정해요.”

그날 저는 친구를 얻었고,
우리끼리 이날을 기념일로 정하자는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사실 40대 후반의 직장 맘에게 '친구'라는 단어는
그리운 선망의 대상 같은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저 또한 커가는 아이들을 챙겨야 하고,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쳐지는 몸뚱이를 나름 챙긴다며 억척을 떨다 보면,
어느새 ‘친구’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우정과 의리를 대리만족하는 현실 속에 있었습니다.

이렇듯 참으로 친구가 고팠던 저와
기꺼이 친구가 되어준
원정이, 가연이, 다예, 슬기(지금은 육아 휴직 중)와
우정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사회에서 또는 일터에서 베스트프랜드를 만난다거나,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최근 ‘불가능’에서 ‘불(不)’이 빠져 ‘가능’이 되었듯,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사연 당첨도
가능한 일이 되기를 바라며….
이인희 올림

이인희씨와 컨셉 논의 차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인희씨는 ″친구들 사진이 잘 나오게 해달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육아 휴직 중인 슬기씨와 함께 사진 찍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김경록기자

이인희씨와 컨셉 논의 차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인희씨는 ″친구들 사진이 잘 나오게 해달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육아 휴직 중인 슬기씨와 함께 사진 찍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김경록기자

“선술집에 도란도란 앉아 소주잔 기울이며 

인생 토크하는 모습을 찍어 주세요.”
네 친구가 요청한 사진 컨셉이 이러했습니다.

그런데 거리 두기 4단계가 문제였습니다.
선술집에 앉아서 넷이 도란도란 사진 찍는 건,
언감생심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의논 끝에
장소와 시간 및 컨셉을 변경했습니다.
그들의 근무지인 코엑스에서
휴일 대낮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컨셉은 선술집 토크보다
영화 포스터 같은 이미지를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 인희씨에게 물었습니다.

“직장 선배이고 더구나 나이가 꽤 차이가 나는데도 

친구가 되는 일이 과연 가능한가요?”

“원래 얘들끼리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마음을 열고 다가갔죠.
처음엔 대화라기보다는
거의 토크 기계처럼
주저리주저리 제 이야기를 풀어놓았어요.

이런 저의 넋두리는 친구가 고픈
한 사람의 몸부림이었죠.
다행히도 제 몸부림을 이 친구들이 받아 줬고요.
그날의 소주 한 잔이 우정의 오작교가 되었네요.”

막내 다예씨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친구 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까?”
“가끔 어떨 때는 

이렇게 해도 되냐는 생각도 들 만큼 편한 사이예요.
점심도 그냥 자주 먹고,
저녁에 술 한잔하며 얘기하다가 막 울기도 하고,
그냥 얘기하다가 감정이 북받쳐서 그런 적도 있고….”

원정씨도 속마음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신기해요.  

그리고 만남이 서로 힐링 되는 느낌이에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그냥 서로 이런저런 얘기 하다 보면 힐링 받고 그런 게
벌써 한 10년 가까이 되었네요.”

가연씨는 정곡을 찌르며 말했습니다.

“정말 안 그랬으면 

휴일에 이렇게 사진 찍으려고 나왔겠어요?
제가 어디 끌려다닐 사람도 아니고….”

하긴 그렇습니다.
아무리 나이 차이가 나도
성인이니 강압적으로 나왔을 리 만무합니다.

얘기를 듣던 인희씨가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아무리 친해도 직장이고, 사회 선배이니  

얘들이 불현듯 부장님이라고 저를 호칭하기도 해요.
사실 오늘 손이 좀 오그라들긴 했지만,
단톡방에서 오늘 사진 촬영을 계기로
‘진짜 친구 1일’ 차로 우리는 간다고 선언했어요.”

“결국 오늘의 사진이 ‘진짜 친구 1일’을 

기념하는 사진이 되는 건가요?”

“네, 그렇죠. 하하하”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진짜 친구 1일 차 임을 기념하는 그들 나름의 인증인 겁니다. (왼쪽부터 가연,원정,인희,다예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진짜 친구 1일 차 임을 기념하는 그들 나름의 인증인 겁니다. (왼쪽부터 가연,원정,인희,다예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마침 메가박스 코엑스 지점에서 빈 병이 장식된 벽을 발견했습니다.
술병은 아니지만 빈 병으로 된 벽,
소주 한 잔으로 비롯된
이들의 우정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의자 가운데 다예씨부터 시계 방향으로 가연,인희,원정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의자 가운데 다예씨부터 시계 방향으로 가연,인희,원정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장 나이 어린 다예씨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영화의 주인공답게 앉은 겁니다.
나머지 언니들이 친구가 되어 호위하듯 자세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넷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제목은 『우린 진짜 친구, 나이는 숫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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