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는 술·고기 무한 제공" 이번엔 '서핑 게하파티' 판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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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피서 절정기를 맞아 지난달 31일 저녁 강원 강릉시의 한 호텔에서 수십 명이 참가한 풀 파티가 진행되고 있다. 강릉시는 1일 이 호텔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강릉시 제공]

피서 절정기를 맞아 지난달 31일 저녁 강원 강릉시의 한 호텔에서 수십 명이 참가한 풀 파티가 진행되고 있다. 강릉시는 1일 이 호텔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강릉시 제공]

‘서핑패키지=강습+렌털+숙박+바비큐+펍+수영장 12만원’.

강원도 강릉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내놓은 한 숙박 패키지의 설명이다. 최근 휴가철을 맞이해 서핑 등 수상스포츠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어나자 ‘게스트하우스(게하) 파티’를 포함한 수강·체험 패키지로 만드는 꼼수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게하파티’란 게스트하우스에서 4~6인용 공동 침실을 사용하며 저렴하게 숙박하는 여행객들이 저녁에 함께 모이는 술자리를 뜻한다. 이 파티에서는 숙박시설 이용객 간 즉석만남이 주선되기도 한다. 강릉시가 지난달 31일 주문진의 A 대형호텔의 풀 파티 현장을 적발했지만, 여전히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한 집단 모임은 방역 당국의 눈을 피해 성업 중이다.

 바비큐 디너·저녁 식사로 위장해 게하파티 열어

강릉에 위치한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서핑 강습과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한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 캡쳐

강릉에 위치한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서핑 강습과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한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 캡쳐

일부 게스트하우스는 ‘게하파티’ 대신 다른 이름이 붙이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정부에서 숙박시설 주관의 파티를 금지하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게스트하우스 영업주들은 게하파티 대신 ‘바비큐 디너파티’, ‘애프터 디너 펍’ 등의 이름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측이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게스트하우스에 온 여행객들을 모아 파티를 여는 식이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서핑강습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는 홍보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면서 더 많은 여행객이 몰리는 실정이다. 이 같은 꼼수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강원도 강릉과 양양, 그리고 제주도 등지에 밀집해있다고 한다.

“1차는 술·고기가 무한으로 제공돼 강추해요.”

서핑강습과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함께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의 후기들. 블로그 캡쳐

서핑강습과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함께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의 후기들. 블로그 캡쳐

양양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파티’패키지를 세부적으로 나눠 여행객 맞춤형 게하파티를 열기도 했다. 바비큐와 펍 파티가 결합한 패키지는 4만 5000원, 펍 파티만 이용할 경우 오후 10시~12시까지 진행되며 2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게스트하우스 측은 설명했다.

서핑강습과 게하파티를 함께 운영하는 양양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다는 A씨는 “혼자 온 사람도 어색하지 않도록 스태프분(직원)들이 친절하게 신경 써주고 말을 걸어줘 다들 친해질 수 있었다”며 “1차는 술과 고기가 무한으로 제공되고, 2차는 유료이지만 술 가격이 저렴해서 다른 곳을 가지 않고 파티까지 할 수 있어서 더 인기”라는 내용의 추천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직장인 이모(28)씨도 여름 휴가 기간 서핑을 배우기 위해 강릉을 찾았다. 이씨는 “친구와 함께 강릉에서 서핑을 배우려고 갔는데, 같이 수업 듣던 무리가 게하파티에 오라며 초대를 해 당황스러웠다”며 “게하파티는 거리두기 4단계로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알음알음 저녁 식사라는 명분으로 여행객들이 모여 숙소 내에서 술을 먹으며 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핑 강사, “서퍼들이 욕먹는다" 하소연도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을 찾은 서퍼들이 지난달 20일 파도를 즐기고 있다. 지난달 19~20일 송정해수욕장에서는 '제12회 부산시장배 국제서핑대회'가 열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을 찾은 서퍼들이 지난달 20일 파도를 즐기고 있다. 지난달 19~20일 송정해수욕장에서는 '제12회 부산시장배 국제서핑대회'가 열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송봉근 기자

 지역마다 파티가 열리는 게스트하우스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서핑강사 최지웅(26)씨는 “양양지역에서 서핑 강습을 하면서 파티를 여는 게스트하우스들이 2~3곳으로 추려질 정도로 유명한 곳이 있다”며 “여름이니까 한 번쯤 서핑도 해보고 바닷가 분위기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400여명 모인 익명 채팅방을 통해 게하파티에 참석해 방역수칙 위반하는 사람들 때문에 서퍼들이 욕먹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릉시는 지난 1일 영업시간 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풀 파티를 연 주문진 A호텔에 대해 10일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강릉시에 따르면 A호텔은 사전에 수차례 방역수칙 준수 당부에도 지난달 31일 오후 수십 명이 참석한 가운데 풀 파티를 열었다. 강릉시와 강릉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15분쯤 A호텔을 찾아 확인한 결과 마스크 미착용, 거리두기 위반, 수영장 운영제한 위반 등 방역수칙을 어기며 풀 파티가 열리는 현장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는 3일부터 동해안 시ㆍ군 관계자 및 경찰과 합동으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풀 파티가 열렸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특별점검 대상이다. 이와 별도로 강릉시는 현재 자정까지 인력을 투입해 풀 파티와 게하파티 단속에 나섰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자정까지 평균 60명가량의 인력이 해수욕장 주변과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점검을 하는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역 내 방역수칙 준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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