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남녀 사망 1위 폐암, 소매점 담배광고 없애자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00:26

업데이트 2021.08.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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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지난 1일은 ‘세계 폐암의 날’이었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그중에 폐암은 발생률로 보면 남성은 위암에 이어 2위, 여성은 유방암·갑상샘암·대장암·위암에 이어 5위다.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남녀 모두 사망 원인 1위가 폐암이다.

금연 선진국 88개국서 광고 금지
OECD 평균 수준으로 가격 올려야

폐암의 원인은 90%가 흡연이니 폐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될 일이다. 문제는 아직도 우리나라 흡연자가 900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과 젊은 여성 흡연자가 증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많은 흡연자는 담배 피우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어디 가도 환영받지 못하고 죄인 취급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니코틴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담배 회사들은 흡연자의 코를 꿰고 사는 셈이다.

최근 흡연자들은 “덜 해롭다”며 전자담배를 자주 피우지만, 전자담배가 내뿜는 기체에도 발암물질이 가득하다. 덜 해롭다는 이유로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은 독약을 물에 타서 마시는 것과 같다.

그럼 금연 결심을 한 흡연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흡연자에 대한 금연 지원서비스가 세계 최고다. 전국 보건소에 가면 니코틴 대체제를 무료로 나눠주고, 금연 상담을 해준다. 금연 콜센터(1544-9030)로 전화하면 금연 상담도 무료다.

혼자 금연하기 어려워 금연약을 먹고 싶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금연 치료 의료기관’을 검색하면 전국에 8000곳이 넘는 병원에서 무료로 금연약을 3개월간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해도 금연하기 어렵다면 전국에 17개 지역 금연지원센터에 4박 5일 동안 입원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폐 CT를 포함한 건강검진도 해주고, 교육도 해주는데 금연 성공률이 70%에 육박한다. 이 프로그램은 한 명당 100만원 정도 드는데 역시 무료로 진행한다.

그럼 정부나 국회가 할 일은 이것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 첫째,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꼴찌였던 우리나라 평균 담뱃값은 2015년 한 갑당 평균 4500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평균 담뱃값은 OECD 30위권으로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일단 OECD 평균 담뱃값(약 8000원) 수준으로 우리도 속히 올려야 한다.

둘째, 담배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6만2000명의 흡연자가 담배 때문에 사망한다. 담배회사들 입장에서 본다면 6만 2000명의 ‘소중한 고객’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잃어버린 고객을 벌충하기 위해 청소년을 노리게 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편의점에 담배 광고를 하는 것이다.

금연 선진국 88개 국가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 담배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담뱃값을 올린 뒤, 그로 인하여 늘어나는 세수를 투입해 담배 소매점에 담배 광고 대신 그만큼의 금연 광고를 하도록 하고 광고비를 준다면 담배 소매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담뱃갑 경고 그림이 도입됐는데, 경고 그림의 면적은 담뱃갑의 30%밖에 안 된다. 금연 선진국들은 담배회사의 로고와 디자인을 완전히 없애고, 담뱃갑 전체를 경고 그림과 문구에 활용한다. 금연 선진국처럼 우리도 표준화된 민무늬 담뱃갑 도입이 시급하다.

어떤 식품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면 절대로 사 먹지 않을 것이다. 발암물질 덩어리인 담배라는 상품을 언제까지 팔아야 할지 의문이 든다. 안데스산맥의 풀이었던 담배가 더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고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담배판매 금지 방안까지 심각하게 논의하면 좋겠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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