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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갈등과 혼선 부르는 이재명의 ‘경기도 100% 지원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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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충남 예산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의사를 참배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전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검토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충남 예산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의사를 참배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전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검토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제 전 경기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고양·파주·광명·구리·안성 등 5곳 시장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12% 시민에게도 각 시·군이 분담해 별도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건의했던 걸 명분으로 삼았다. 도민의 소득 상위 12%까지 지급하려면 4000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절반 이상을 도 예산으로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재정 여력이 된다”며 “지금 압도적 시장·군수님들이 같은 생각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당정 합의 깨며 편 가르기…도내 7개 시 반대 #여권서도 “경기도 예산으로 선거운동” 반발

이 지사의 ‘압도적’이란 주장과 달리 당장 반발하는 시장들이 나왔다. 수원·성남·부천·안산·남양주·화성·용인시다. 전체 31곳 중 7곳에 불과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도민의 절반이 사는 곳이다. 같은 당 대선주자이기도 한 이 지사에게 공개 반발하는 게 용이하지 않을 터인데도 7곳 시장들은 “대상을 확대하면 재정 부담이 커져 시민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5차 재난지원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온 국민이 으쌰으쌰 힘을 내자는 차원에서 국민 위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한 데서 비롯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정책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 탈출은 요원한데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고, 애초 하위 50% 또는 최대 70%까지로 하려다 민주당의 압박에 88%란 해괴한 비율로 결론이 났다. 사실상 국민을 88대 12로 편 가르기 한 것이다. 이 지사의 주장은 더 나아가 경기도민과 경기도민이 아닌 사람들로까지 나누겠다는 것이다. 25 대 75다. 거주지에 따른 ‘차별’이다. “충청도나 강원도에 사는 게 죄인가”(박용진 후보)란 질타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이 지사는 “세금을 더 많이 낸 고소득자를 국가정책 혜택에서 배제하는 건 민주 원리나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란 주장을 했는데, 2~4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이었다. 이 또한 민주 원리나 헌법정신에 반한다고 보는 건가.

민주당에서도 “경기도 예산으로 선거운동 하겠다는 것”(이낙연 후보 측), “6명의 경선 후보 가운데 집행권을 무기로 돈을 풀겠다는 게 ‘공정 경선’에 해당할 수 있겠는가”(김두관 후보)란 의문이 제기된다. 합리적 의심이다.

이 지사의 정치 스타일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당정의 80% 지급 합의가 깨진 건 이 지사의 전 국민 지급 주장이 계기가 됐다. 결국 당정, 여야 간 합의를 통해 88%가 도출됐다. 이 지사는 결과적으로 이마저도 아랑곳하지 않을 태세다. 오죽하면 “국정 방해 아니냐”(조광한 남양주시장)고 하겠는가. 장차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사람으로서 바른 자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