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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흥행작 만든 제임스 건 감독 “한국 영화 마법 가져오고 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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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DC 만화 원작 안티 히어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연출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오른쪽)이 촬영 현장에서 주연 배우 이드리스 엘바와 함께한 모습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DC 만화 원작 안티 히어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연출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오른쪽)이 촬영 현장에서 주연 배우 이드리스 엘바와 함께한 모습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마블과 DC의 차이요? 생각보다 비슷하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청소년 관람 불가였다는 게 달랐어요. 새로운 것을 원한 DC가 이전의 규칙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좀 더 재량권을 가질 순 있었어요. 마블도 자유로웠지만, (전체 관람가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가족영화였으니까요.”

4일 개봉 ‘더 수어사이드…’ 연출 #“미국 액션 대작들 이야기 엇비슷 #괴물·기생충 장르 잘 섞어 매력적”

마블 히어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1·2편에 이어 경쟁사 DC 악당들의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4일 개봉)에 구원투수로 기용된 제임스 건(51) 감독의 말이다.

그가 각본·연출을 맡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DC 만화 속 최악의 범죄자가 뭉친 자살특공대가 미국 정부의 비밀 작전에 투입되는 이야기다. 잔혹한 액션 묘사,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반인륜적 행위도 불사하는 정부조직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눈에 띈다.

건 감독은 고전을 현대무대로 비틀어 영화산업과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 ‘트로미오와 줄리엣’ 등 B급 공포영화 감독으로 출발했다. 이번 영화에선 ‘가오갤’ 1·2편에서 초대형 우주 액션으로 전 세계 16억 달러(약 1조8000억원) 흥행을 거둔 블록버스터 경험과 B급 공포영화 취향을 버무렸다.

2일 화상 간담회로 만난 그는 “미국의 액션·블록버스터들은 서로 자기 복제하며 같은 구조, 같은 반전, 비슷한 캐릭터가 계속 나온다”며 차별화 비결로 한국영화를 꼽았다. “한국 영화의 마법을 미국영화에 적용하고 싶었다”면서 “‘기생충’ ‘괴물’ 등 한국영화는 장르를 잘 섞어 매력적이고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한국·홍콩·일본영화에 많은 영감을 받아 영화를 더 밀도 있게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DC는 5년 전 대표 악당 조커·할리퀸·데드샷 등을 내세운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내놨지만 혹평받았다. 이번엔 제목에 정관사 ‘더(the)’를 붙이고 1980년대 원작 만화 정통성을 강조했다. 무고한 희생이 난무하는 설정에 대해 “하나도 웃기지 않고 기분이 상한다”(리틀 화이트 라이즈)는 비판도 있지만, “미국이 가진 힘과의 협상, 원작 만화를 찢고 나온 묘사뿐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들의 진심 어리고 극단적인 향연”(AP통신) 등 호평이 우세하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2일 기준 신선도 96%를 받았다.

2016년 버전 영화를 이끌던 조커 대신 이번 영화에선 자살특공대 리더격에 백전노장 킬러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엘바)가 합류했다. 미국 최악의 교도소 ‘벨 리브’에 수감됐던 그는 곤경에 처한 딸을 구하는 조건으로 비밀 작전에 합류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쥐 조종 능력을 물려받은 랫캐처2(다니엘라 멜키오르), 국수주의적 근육남 피스메이커(존 시나) 등 새 캐릭터와 함께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목소리 연기한 컴퓨터그래픽(CG) 상어인간 ‘킹 샤크’는 건 감독의 전작 ‘가오갤’의 나무인간 그루트(목소리 출연 빈 디젤)와 닮은꼴 캐릭터이기도 하다.

“75년간 쌓인 DC 만화는 슈퍼 악당의 보고”라 자부한 건 감독은 “쿨한 캐릭터, 무용하고 웃긴 캐릭터도 있다. 이런 영웅·악당들을 큰 그림으로 만들어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조합하며 스토리를 짜고 캐릭터를 골랐다”고 했다.

악당의 성장은 이번 영화의 주제다. “어렸을 때 저는 소외됐다고 생각을 했어요. 많은 사람이 그런 소외감을 느끼고 소외된 인간상에 자연적으로 끌리죠. 선한 사람도 많은 일을 겪다 보면 안티 히어로가 될 수 있듯이 안티 히어로도 내면에 선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영화 본편 후 2개의 쿠키 영상이 후속편을 암시하며 끝난다. 건 감독의 다음 영화는 우주를 누비는 ‘덕후’ 히어로가 활약하는 ‘가오갤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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