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패닉바잉’ 지난달 서울 매매 아파트 10채 중 4채 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00:02

업데이트 2021.08.0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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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코로나19 여파로 ‘주택 광풍’이 몰아치고 있으며 한국이 대표적인 국가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는 주택 가격 급등세에 불안감을 느낀 20~30대의 주택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FT “주요 40개국 중 37국 집값 올라
평균상승률 9.4%, 30년 만에 최고
한국, 강력한 집값 상승세 지속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코로나19발 ‘주택 광풍(housing fever)’이 몰아치면서 올해 들어 주요국 집값이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과 함께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언급됐다.

FT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개국(가입 예정국 포함) 가운데 올해 1분기 주택 가격(실질 기준)이 상승한 국가는 37개국이다. 2000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국가에서 집값이 동반상승했다. 평균 주택 가격 상승률도 9.4%를 기록해 3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저금리·공급난·재택근무 등 영향

FT는 집값 급등세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4월 주택 가격은 30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도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터키 등과 더불어 강력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국가로 꼽혔다. 미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엔리케 마르티네스 가르시아 수석연구원은 FT에 “일부 국가에서는 ‘주택 열풍’의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 집값이 동반상승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역사적 저금리’다. 각국이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린 결과다. OECD 회원국의 지난해 주택대출(모기지) 금리는 대부분 2007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4%대이던 핀란드의 모기지 금리는 현재 0%대까지 떨어졌다. 한국 역시 5% 후반대이던 금리가 2% 후반으로 하락했다.

2030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

2030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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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가에선 코로나19 봉쇄 기간 가계에 쌓인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며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FT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영국의 저축액은 1800억 파운드(약 288조320억원) 증가했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올 들어 나타난 ‘공급 병목’ 현상도 원인 중 하나다. 신용평가업체 스코프레이팅스의 마시아스 플레스너르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난, 건설 원가 상승 등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진 것도 집값 급등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또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보다 넓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려는 욕구가 커진 것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FT는 분석했다.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집값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캐나다 스코티아의 브렛 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균형 탓에 열기는 더 끓어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수석경제학자는 “선진국의 부동산이 장기 추세와 비교해 약 10% 과대평가됐다”며 “이는 190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거품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20~30대의 아파트 매수 행렬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 10건 중 4건은 30대 이하가 구매한 것이다.

2일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6월(5090건)보다 16.7% 감소한 4240건이었다. 이 중 30대의 거래가 1491건(35.2%)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20대 이하 233건(5.5%)을 합하면 30대 이하의 거래 비중은 40.7%(1724건)이다.

40대(1092건), 50대(598건), 60대(359건), 70대 이상(261건) 등과 비교해도 30대 이하 비중이 가장 높다. 30대 이하 거래 비중은 지난해 8월 40.4%로 처음 40%대에 오른 뒤 올해 1월 44.7%로 최고점을 찍었다. 2~3월 40.1%, 40.6%로 40% 선을 유지했던 것에서 4월 39.3%로 살짝 내렸으나 5월 다시 42.1%로 상승하며 40%대로 복귀한 데 이어 지난달 40.7%로 40% 선을 유지했다.

30대 이하 매수 비율을 지역별로 보면 서대문구(52.2%)와 성북구(51.0%), 강서구(50.6%) 등 3개 자치구에서 30대 이하의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반면에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서초구의 경우 30대 이하의 매수 비중은 각각 29.9%, 28.4%로 30%에 미치지 못했다. 구로구도 29.8%를 기록했다.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있는 데다 최근 정부가 잇달아 집값 고점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과 비교적 출퇴근이 쉬운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국토연구원이 이날 펴낸 ‘주택구매소비자의 의사결정 구조와 주택시장 분석’ 논문에 따르면 투자에 대한 연령대별 위험회피도에서 30대가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고, 20대가 그 뒤를 이었다. 20~30대가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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