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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TEL서 ICBM 발사 추정 영상…하필 지금 공개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보도했다. 북한이 여전히 미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ICBM 기술 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열린 군 지휘관·정치일꾼(간부) 강습회 참가자 대상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이 진행됐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북한은 공연에서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하는 듯한 영상을 상영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29일 열린 군 지휘관·정치일꾼(간부) 강습회 참가자 대상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이 진행됐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북한은 공연에서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하는 듯한 영상을 상영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의 대내용 매체인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1일 군 강습회 참가자를 위한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 관련 보도에서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ICBM이 TEL에서 발사되는 듯한 장면을 보도했다. 영상 속에서 TEL의 고정대가 분리된 뒤 미사일은 상공으로 솟구친다.

조선중앙TV, 군 강습회 공연에 삽입 #"화성-15형 발사 당시 영상 재편집 가능성"

NK뉴스의 북한 전문 언론인 콜린 즈워코는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해당 영상을 올린 뒤 "고정대가 내려간 후 곧바로 발사가 이뤄진다"며 "2017년 11월 (화성 15형) 시험발사 때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발사 장면이라기보다는)북한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미사일을) 발사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안킷 판다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의견도 소개했다.

NK뉴스의 북한 전문 언론인 콜린 즈워코 트위터 캡쳐.

NK뉴스의 북한 전문 언론인 콜린 즈워코 트위터 캡쳐.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시험 발사 당시 TEL을 이용해 미사일을 운반했지만, 운반 후에는 미사일을 차량에서 분리해 별도의 받침대 위에서 발사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간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개량해 TEL 발사 능력을 보유하게 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날 공개된 영상은 실제 시험 발사가 이뤄진 모습을 촬영했다기 보다는 기존의 영상을 재편집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미·일 군사당국에서 북한이 2017년 11월 이후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는 징후는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합성이 아니라 화성 15형 발사 당시 실제 장면을 중간중간 선별적으로 편집한 영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공연 중에 잠깐 삽입된 영상인만큼, 군 사기 진작을 위한 내부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상의 진위 여부를 떠나 ICBM 관련 영상이 이 시점에 공개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27일 남북 통신선을 복원한 뒤 지난 1일 김여정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한ㆍ미 연합훈련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미묘한 시점에 ICBM 관련 영상이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을 두고 북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살아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TEL에서 ICBM을 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는지를 놓고선 국내적으로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북한의 TEL 기술을 놓고 청와대, 국방부, 국정원 간 설명이 미묘하게 달라 한동안 혼선이 빚어졌다.

합참은 "(북의) ICBM은 현재 TEL에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다"고 말하고(2019년 10월 김영환 당시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 국회 국방위 발언), 청와대는 "ICBM은 TEL로 발사는 어렵다"(2019년 11월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고 설명한 것이다.

이어 국정원까지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발사대 거치를 한 후 ICBM을 발사하는데, 이것도 결국 이동식'이라고 보고했다는 전언이 나오면서(2019년 11월 이은재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겸 정보위원회 간사)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당시 청와대는 별도의 보도 참고 자료를 내고 "청와대와 국방부, 국정원은 북한 TEL의 ICBM 발사 여부와 관련해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북한은 ICBM을 TEL에서 직접 발사하기엔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결론지었는데, 일각에선 북한의 군사위협을 축소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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