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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축하해" 女 배드민턴, 치열한 승부만큼 뜨거운 동료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 한국 배드민턴 여자복식 네 선수가 뜨거운 동료애를 보여줬다. [연합뉴스]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 한국 배드민턴 여자복식 네 선수가 뜨거운 동료애를 보여줬다. [연합뉴스]

승자도 패자도 울었다. 치열한 경쟁과 뜨거운 동료애가 공존한 순간이다.

‘킴콩’으로 불리는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 조가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인천국제공항) 조를 2-0(21-10, 21-17)으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들끼리 맞붙은 경기. 메달이 없던 한국 배드민턴은 동메달을 확보하며 안도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잔인한 대결이었다. 한 조는 메달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더 높은 무대에서 만나지 못했다. 세계랭킹 5위 김소영-공희용은 금메달 후보였던 랭킹 2위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 조와의 한일전에서 2-1로 신승하며 기세를 높였다. 그러나 4강에서 랭킹 3위 천칭천-자이판(중국) 조에 0-2로 패했다. 랭킹 4위 이소희-신승찬은 4강에서 랭킹 6위 그레이시아 폴리-아프리야니라하유(인도네시아)에 패하며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김소영은 4강에서 패한 뒤 "(한국 조끼리) 결승에서 붙어서 경쟁했으면 더 마음이 편하고 서로 재밌게 경기했을 것이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나서 아쉽지만,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라며 아쉬움이 섞인 각오를 전했다.

승부가 결정된 뒤 포옹하는 선수들. [연합뉴스]

승부가 결정된 뒤 포옹하는 선수들. [연합뉴스]

두 팀은 지난 1월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태국오픈과 파이널에서 나란히 결승전에 진출,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태국오픈은 김소영-공희영, 파이널은 이소희-신승찬이 승리했다.

전적은 4승2패로 이소희-신승찬 조가 우세. 두 선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출전한 경험이 있다. 신승찬은 정경은과 호흡을 맞춰 동메달을 획득했다.

스포츠팬조차 어떤 조를 응원해야 할지 애매한 일전. 네 선수 사이에도 긴장감은 느껴졌다. 선공을 정하기 위해 마주 선 상황에서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과도한 기합과 제스추어를 자제하며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상대의 좋은 흐름을 끊기 위해 의도적으로 챌린지(비디오 판독)를 신청할 만큼 승리를 향한 의지를 감추지 않기도 했다.

결과는 김소영-공희용의 승리. 1게임은 15-10에서 내리 6득점 하며 가볍게 따냈고, 접전이 이어지던 2게임도 막판에 점수 차를 벌렸다. 두 선수는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승부가 끝난 뒤에는 서로를 향한 격려와 축하가 이어졌다. 이소희와 신승찬은 '맏언니' 김소영의 첫 메달 획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김소영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소희와 승찬이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고 있기에 '미안하다'고 했다"라며 울먹였다.

김소희는 "(김소영-공희용이)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했다"라며 "서로 너무 열심히 준비한 것을 안다. 동메달을 두고 겨루는 게 잔인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신승찬은 파트너 이소희를 향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자신은 리우 대회에서 메달(동메달) 한 개를 획득했다. 메달을 안겨주지 못한 동갑내기 친구의 심경을 헤아렸다.

한 조는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잔인한 동메달 결정전. 하필 한국 배드민턴 앞에 놓였다. 네 선수는 치열한 승부와 뜨거운 동료애로 올림픽 무대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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