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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때리고 지원금 돌출···"이재명, 펜싱으로 치면 동시타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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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2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본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대전을 첫 방문한 이 지사는 이날 대전과 충북지역을 끝으로 1200㎞ 전국 순회를 마무리했다. 김성태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2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본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대전을 첫 방문한 이 지사는 이날 대전과 충북지역을 끝으로 1200㎞ 전국 순회를 마무리했다. 김성태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기도 100% 재난지원금 검토’ 발언이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여야가 합의한 ‘소득 하위 88% 지급’ 방침에 대해 여권 지지율 1위 대선 후보가 수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야권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경쟁 후보들까지 잇따라 반대 의사를 나타내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여야 간 합의로 결정했던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며 “국회의 결정에 따르려 하는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려하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나머지 12% 경기도민 전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88%라는 산물은 당·정·청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합의한 것인데, 어렵게 결정한 것을 경기도가 뒤집어버리면 다른 시도는 어떻게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이날 오후 대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도민에게 지급해야 된다는 게 제 신념이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다르게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어떤 게 더) 나을지는 해당 주민이 알아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에 날 세운 이재명…선거 전략 변화?

전날 ‘100% 재난지원금 검토’ 논란에 불을 지핀 이 지사는 이날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과 각을 세웠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부정식품이라는 것은, 없는 사람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어안이 벙벙하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하면서 한 이 발언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이재명(左), 윤석열(右)

이재명(左), 윤석열(右)

이 지사는 이어 “독약은 약이 아니다. 국가의 기본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윤 후보께서 대통령으로서 만들고자 하는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도 했다. 그간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때를 제외하곤 직접 비판을 비교적 자제해 왔다. 이날 이재명 캠프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 논평 2건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비판 논평 1건도 발표했다.

이 지사가 이날 윤 전 총장 비판에 주력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이재명 캠프 기조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주까진 ‘백제 발언’ 논란 등 이낙연 캠프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외부의 적과 싸우면 내부 다툼이 잠잠해지는 효과가 있지 않겠냐. 캠프에서 결선 투표 없는 본선 직행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난전(亂戰) 불가피…리스크 관리가 관건

이와 관련 이재명 캠프 소속 관계자는 “윤석열 전 총장의 조기 입당으로 지난주와는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제3지대에 머물다 연말이나 내년 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거칠 것으로 예상하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일찍 입당하면서, 경선 기간이지만 사실상 본선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100% 재난지원금’ 이슈에 대해서는 “경선에 불리하지 않다”는 내부 셈법도 있었다고 한다. 이재명 캠프의 한 의원은 “여론조사를 보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은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며 “이 지사 본인도 ‘전국민 지급’이 맞는다고 주장해 온 만큼 의견을 내는 게 흐름으로는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전북 전주에 있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찾아 탄소섬유로 만든 차량 부품을 들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전북 전주에 있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찾아 탄소섬유로 만든 차량 부품을 들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넓어진 전선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향후 숙제로 지목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지사 쪽에선 이슈를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있겠지만, 발언이 늘어날수록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 자칫 ‘이슈 바꿔치기’라는 의혹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선 이날 ‘경기도 100% 재난지원금’에 대해 “충분한 상의가 없었다”는 불만도 흘러나왔다.

이른바 ‘이(李)-이(李) 내전’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낙연 캠프 오영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지사의 3박 4일 지역 방문에 대해 “경기도정과 도민은 뒷전이고 자신의 대선 경선 준비에만 한창”이라고 비판했다. 박래용 대변인은 경기도청 광고비 집행 내역 공개를, 배재정 대변인은 이 지사의 2004년 음주운전 경력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이재명 캠프는 지난달 30일 이낙연 캠프 윤영찬 정무실장이 제기한 ‘이 지사 성남시장 재임 시절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 “문제 된 분은 윤 의원 측근”이라고 거세게 반박했다. 이 지사 측은 이날 비판 논평에도 건건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재명 캠프 전략은 펜싱으로 치면 ‘동시타’를 얻어 점수 차를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온 거친 언행이 본선 경쟁력을 해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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