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투기 종목 '노골드'… 마지막 희망 레슬링 류한수

중앙일보

입력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어올린 류한수. 김성룡 기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어올린 류한수. 김성룡 기자

위기에 몰린 한국 레슬링, 그리고 투기 종목의 마지막 희망. 레슬링 국가대표 류한수(33·삼성생명)가 비장한 각오로 매트에 오른다.

레슬링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만 11개다. 하지만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노골드에 그쳤다.

이번 올림픽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림픽 쿼터 대회에서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것이다. 도쿄행 티켓을 따낸 선수는 류한수(그레코로만형 67㎏급)와 김성연(그레코로만형 130㎏급), 두 명 뿐이다. 김성연이 1일 경기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해 남은 건 류한수 뿐이다.

한때 '메달 박스'였던 격투기 종목은 최근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유도(은1, 동2)와 태권도(은1, 동2), 복싱은 노골드로 대회를 마쳤다.

류한수는 이미 세계선수권을 두 번 제패했고, 아시안게임도 2번이나 우승했다. 도쿄에서 금메달을 따면 박장순·심권호·김현우에 이어 역대 네 번째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한다.

류한수는 리우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판정 탓에 5위에 머물렀다. 류한수는 "그땐 내가 부족했다"고 자책하며 "5년 전엔 후회가 많이 남는 경기를 했다. 이번엔 파부침주(破釜沈舟· 싸움터로 나가면서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혀 사생결단을 낸다는 의미)의 자세로 쏟아낼 것"이라고 했다.

지켜야 할 약속도 있다. 절친한 김현우(33·삼성생명)를 위해서다. 류한수와 김현우는 한국 레슬링을 이끌어온 쌍두마차다. 오랫동안 같은 팀에서 뛰어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하지만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는 지난 5월 불가리아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세계 쿼터대회 하루 전날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아 출전할 기회마저 잃고 말았다. 류한수는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현우가 '내 걱정 하지 말고, 집중하라'고 했는데 가슴이 아팠다"며 "금메달을 따내면 현우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류한수도 코로나의 마수를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쿼터 대회에서 이미 티켓을 따냈지만, 선수들의 파트너 역할을 하기 위해 유럽에 갔다가 감염됐다.

류한수는 "담당 의사가 폐렴이 언제 올지 모르니 훈련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열도 없었고, 혈액 검사나 맥박 등엔 이상이 없었다. 괜찮은 정도에서 훈련할 수 있게 간청해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레코로만형 경기는 상체만 공격할 수 있다. 파테르(벌칙을 받은 선수가 매트 중앙에 두 손과 무릎을 대고 엎드리게 한 뒤 상대가 공격하도록 하는 자세)에서의 공격과 수비가 중요하다. 류한수는 "맞잡기 싸움이 중요하다. 유도에서 말하는 '깃잡기' 같은 것인데, 손싸움을 잘해야 한다. 상대를 지치게 만든 뒤 파테르를 얻어내는 전략을 세웠다. 누구를 잡아도 굴릴 수 있다는 마음 가짐"이라고 했다.

류한수는 3일 낮 12시 1회전 경기를 치른다. 대진표상 최강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스태블러(독일), 그리고 이스마엘 보레로 몰리나(29·쿠바)와는 결승까지 맞붙지 않게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