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길 원합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일 캠프 기자실 공개 행사를 열며 ‘언론 프렌들리’를 부각하고 나섰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된 캠프 기자실을 방문해 “앞으로 직접 소통할 방식을 캠프와 상의해보겠다”고 말한 뒤 취재진과 일일이 주먹 인사를 나눴다.
지난달 15일 입당한 최 전 원장은 공개 일정 뒤엔 취재진과 매번 질의응답을 하면서 ‘질문을 피하지 않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당내에선 “언론과 다소 거리를 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차별화를 꾀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이후 캠프 사무실에서 최윤희 전 합참의장 등 예비역 장성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캠프 사무실의 첫 공식 일정으로 예비역 장성들을 만난 건 안보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행보다. 6·25 전쟁 영웅인 고 최영섭 전 대령의 아들인 최 전 원장은 육군 법무관 출신이고, 다른 형제 셋도 육해공군에서 장교로 복무해 병역 명문가로 불린다.
최 전 원장은 간담회에서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는 국가와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 실력과 의지를 지닌 강한 군대를 만드는 데 있다”며 “올곧은 군인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 또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해선 “청해부대원 90%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있다.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은 한·미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전날 담화에 대해서도 “마치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한 협박성 담화”라며 “이 정권은 도대체 언제까지 북한의 눈치나 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거냐”고 비판했다.
尹 반등에 긴장감 도는 최재형 캠프
4일 출마 선언을 앞둔 최 전 원장 캠프에선 최근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반등세를 보여서다. 이날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5.4%p 오른 32.3%를 기록했다. 야당 내부에선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하하는 ‘쥴리 벽화’ 논란이 외려 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반면 최 전 원장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3%p 하락한 5.8%로 주춤했다. 야권 주자 중에선 윤 전 총장에 이은 2위였지만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밖의 윤 전 총장을 견제하며 힘을 키우려던 최 전 원장 측의 구상이 윤 전 총장의 이른 입당으로 어긋난 것”이라며 “한 달여 남은 1차 경선일(9월15일, 8명으로 컷오프)까지 윤 전 총장과의 차별점을 부각하고 인지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 측은 4일 출마선언을 기점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돌파하는 걸 당면 목표로 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이 최 전 원장을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라고 인식할 심리적 마지노선을 두 자릿수 지지율로 보고 있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면 경선 구도가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원장이 최근 이 지사에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최 전 원장은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복지정책과 경제정책을 모두 갖춘 ‘오리너구리’에 비유한 것을 놓고 “이상한 동문서답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의 돈을 나눠주자는 정치적 매표행위”라고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은 전날에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은 사이비 분배정책이자 변형된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최 전 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가장 가까운 친구인 강명훈 변호사가 후원회장을 맡아줬다”며 “50년 동안 살아오면서 내게 많은 힘이 됐는데, 제일 힘들 때도 앞장서 줘서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최 전 원장은 고등학생 시절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강 변호사를 2년간 업고 등·하교했고, 이후 나란히 사법시험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