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덮친 '주택 광풍'…"30년만 최대 폭 급등, 韓 등 강세”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7:15

업데이트 2021.08.02 17:44

지난 2016년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 부동산 매물이 게시돼 있는 모습.[EPA]

지난 2016년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 부동산 매물이 게시돼 있는 모습.[EPA]

코로나19발 '주택 광풍(housing fever)'이 몰아치면서 올들어 주요국 집값이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고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과 함께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언급됐다.

FT "주요 40개국 중 37개국 올라"
1분기평균 9.4%↑…30년만 최고
저금리·공급난·재택근무 등 영향

FT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개국(가입 예정국 포함) 가운데 올해 1분기 주택가격(실질 기준)이 상승한 국가는 37개국이다. 2000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국가에서 집값이 동반상승한 것이다.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도 9.4%를 기록, 3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OECD 국가의 연간 주택 가격 상승률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OECD 국가의 연간 주택 가격 상승률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FT "한국 등 급등세 지속"

1일 오전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FT는 집값 급등세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4월 주택가격은 30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도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터키 등과 더불어 강력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국가로 꼽혔다. 미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엔리케 마르티네스 가르시아 수석 연구원은 FT에 “일부 국가에서는 ‘주택 열풍’의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 집값이 동반상승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역사적 저금리'다. 코로나19 발발에 각국이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린 결과다. OECD 회원국의 지난해 주택대출(모기지) 금리는 대부분 2007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4%대이던 핀란드의 모기지 금리는 현재 0%대까지 떨어졌다. 한국 역시 5% 후반대이던 금리가 2% 후반으로 하락했다.

원자재 난 등에 공급 차질

지난해 11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주택 앞에 ‘판매 중(For Sale )’ 팻말이 세워져 있는 모습.[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주택 앞에 ‘판매 중(For Sale )’ 팻말이 세워져 있는 모습.[AFP=연합뉴스]

여기에 일부 국가에선 코로나19 봉쇄 기간 가계에 쌓인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며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FT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영국의 저축액은 1800억 파운드(약 288조320억원) 증가했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올들어 나타난 '공급 병목' 현상도 원인 중 하나다. 신용평가업체 스코프레이팅스의 마시아스 플레스너르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난, 건설 원가 상승 등에 주택 공급이 부족해진 것도 집값 급등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또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보다 넓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려는 욕구가 커진 것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FT는 분석했다.

"1900년 이후 가장 큰 거품"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집값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캐나다 스코티아의 브렛 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균형 탓에 열기는 더 끓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수석경제학자는 “선진국의 부동산이 장기 추세와 비교해 약 10% 과대평가됐다”면서 “이는 190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거품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집값 거품이 커지면서 금융 불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다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충격적인 붕괴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당시와 비교해 가계의 부채 수준이 낮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중앙은행들도 경각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근거에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디탸 바브 이코노미스트는 “15년 전 집 값 붕괴로 상처를 입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위험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과거보다 집값 상승에 민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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