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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곡 부족" 김정은…집권 첫해보다 못한 10년차 경제성적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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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 가장 큰 역성장 #집권 10년차 GDP, 첫해보다 줄어 #경제난에도 핵 개발엔 계속 주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노동당 8기 3차 전원회의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경제가 상당한 위기에 빠졌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자신감을 보였다. 2012년 4월 열병식에서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듬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을 전략적 노선으로 제시하며 최단기간 내 민생안정을 강조했다.

그랬던 그에게 집권 10년 차를 맞아 받아든 2020년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서 첫 공개연설을 하는 모습. [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서 첫 공개연설을 하는 모습. [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북한 경제가 코로나19, 자연재해,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북한 국내 총생산(GDP)이 4.5% 감소해 6.5% 감소를 기록한 1997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첫해보다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북한의 실질 GDP는 31조4000억원으로 김 위원장 집권 첫 해인 2012년의 33조8000억원보다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북한 경제는 자연재해와 실패한 경제정책으로 수많은 사망자를 냈던 1997년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당국의 암묵적인 비호 아래 전국적으로 비공식 시장이 생겨나 대량 아사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식량 사정이 긴박하다는 경고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따른 제재로 경제적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사이버 범죄를 통한 외화벌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따른 제재로 경제적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사이버 범죄를 통한 외화벌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앙포토]

올해도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지난 4월 "국경이 폐쇄돼 2021년 북한 경제는 간신히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북한은 그간 경제적 고난의 원인을 미국에 돌렸다. 군으로 들어가는 막대한 재정 지출의 정당성을 미국의 침략을 막는다는 명분에서 찾았다. 그 결과 매년 핵폭탄 6개를 추가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물질을 생산하는 등 김정은 정권은 경제난에도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핵 개발에 따른 제재로 경제적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김정은 정권이 사이버 범죄를 통해 고갈된 금고를 채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2019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5~2018년 전 세계 금융기관과 암호 화폐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총 35건의 해킹을 통해 최대 20억 달러(약 2조3052억원)를 탈취했다.

북한 SDGs 보고서 표지 [북한 SDGs 보고서]

북한 SDGs 보고서 표지 [북한 SDGs 보고서]

북한은 최근 유엔에 제출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보고서를 통해 "자연재해와 회복 능력 약화, 부족한 농자재, 낮은 기계화 등으로 식량 생산이 2018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큰 국내적 도전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탈북자들과 함께 활동하는 비정부기구인 크로싱보더스(Crossing Borders)의 댄 청은 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곤경에 처한 징후를 보였다"며 "북한은 기본적으로 허풍과 떠벌리기를 하는 기질을 가졌는데, 그들이 곤경에 빠져있다고 말하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까지 나서 어려운 식량 사정 등 내부적인 어려움을 언급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북한이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남북통신연락선이 13개월 만에 재가동된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대표가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하고 있다. [뉴스1]

남북통신연락선이 13개월 만에 재가동된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대표가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하고 있다. [뉴스1]

단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이 경제 문제와 식량 부족은 언급했지만, 아직까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7일 정치적 이유로 1년 이상 끊어졌던 남북통신연락선을 복구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핵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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