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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악당' 재무장시킨 美감독 "한국영화 마법으로 차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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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개봉하는 DC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미국 최악의 악당들이 뭉친 자살특공대가 태평양 섬나라 코르토 몰티즈에서 쿠데타 정부군, 게릴라군, 우주적 존재와 벌이는 전투를 그렸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4일 개봉하는 DC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미국 최악의 악당들이 뭉친 자살특공대가 태평양 섬나라 코르토 몰티즈에서 쿠데타 정부군, 게릴라군, 우주적 존재와 벌이는 전투를 그렸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마블과 DC의 차이요? 사람들 생각보다 비슷하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청소년 관람불가였다는 게 달랐어요. 새로운 것을 원한 DC가 이전의 규칙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좀더 재량권을 가질 순 있었어요. 편집권도 자유로웠죠. 마블도 자유로었지만, (전체 관람가인 ‘가디언즈오브 갤럭시’는) 가족영화였으니까요.”

마블 히어로 영화 ‘가디언즈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1‧2편에 이어 경쟁사 DC 악당들의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4일 개봉)에 구원투수로 기용된 제임스 건(51) 감독의 말이다.

4일 개봉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임스 건 감독 #마블 히어로물 이어 경쟁사 DC 악당 액션 펼쳐 #B호러 감각 살벌한 '청불' 액션…달라진 할리퀸

그가 각본‧연출을 맡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DC 만화 속 최악의 범죄자가 뭉친 자살특공대가 미국 정부의 비밀 작전에 투입되는 이야기다. 머리를 베고 내장이 쏟아지는 잔혹한 액션 묘사,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반인륜적 행위도 불사하는 정부조직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눈에 띈다.

B호러 감각으로 재무장한 DC 악당 특공대 

4일 개봉하는 DC 안티 히어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임스 건 감독이 2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 간담회로 만났다. 사진은 그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과 함께한 모습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4일 개봉하는 DC 안티 히어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임스 건 감독이 2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 간담회로 만났다. 사진은 그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과 함께한 모습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건 감독은 고전을 현대무대로 비틀어 영화산업과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 ‘트로미오와 줄리엣’ 등 B급 공포영화 감독으로 출발했다. 이번 영화에선 ‘가오갤’ 1‧2편에서 초대형 우주 액션을 펼치며 전 세계16억 달러(약 1조8000억원) 흥행을 거둔 블록버스터 경험과 B급 공포영화 취향을 고루 버무렸다.

2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 간담회로 만난 그는 “미국의 액션‧블록버스터들은 서로 자기복제하며 같은 구조, 같은 반전, 비슷한 캐릭터가 계속 나오고 서로 간의 개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차별화 비결로 한국영화를 꼽았다. “한국 영화의 마법을 미국영화에 적용하고 싶었다”면서 “한국영화는 장르를 잘 섞어 매력적인 작품을 만든다. ‘기생충’ ‘괴물’, 다른 한국 액션 영화들을 봐도 여러 장르가 혼합된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그 분위기를 가져오려 했다. 한국영화‧홍콩영화‧일본영화에 많은 영감을 받아 영화를 더 밀도 있고 촘촘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가오갤2’ 개봉 당시에도 봉준호‧나홍진‧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을 언급하며 “이런 한국영화들 덕분에 내 영화가 한 단계 도약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영화의 마법 미국영화에 적용하고 싶었죠"

DC는 5년 전 대표 악당 조커‧할리퀸‧데드샷 등을 내세운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내놨지만 스토리 없이 캐릭터만 나열한 실패작으로 혹평받은 터. 이번 영화는 제목에 정관사 ‘더(the)’를 붙이고 1980년대 원작 만화 정통성을 강조했다. 무고한 희생이 난무하는 설정에 대해 “하나도 웃기지 않고 기분이 상한다”(리틀 화이트 라이즈)는 비판도 있지만, “혼돈을 통한 미친 자신감이 강력한 장관을 만든다”(가디언) “미국이 가진 힘과의 협상, 원작 만화를 찢고 나온 묘사뿐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들의 진심어리고 극단적인 향연”(AP통신) 등 호평이 우세하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2일 기준 신선도 96%를 받았다.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들 중 배트맨·슈퍼맨 등이 총출동한 ‘저스티스 리그’ ‘원더우먼’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다.

건 감독은 기존 시리즈를 새롭게 연출하며 “어떤 부담감도 없었다”고 했다. “원작 만화의 엄청난 팬”이라며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주인공들이다. 사회부적응자들, 잘못된 결정을 내린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흥미로웠고 슈퍼 히어로와 달리 그들이 자신을 구제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즐거웠다”고 했다.

75년 역사 DC 슈퍼 악당 퍼즐 맞추듯 각본 써

DC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DC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016년 버전 영화를 이끌던 조커 대신 이번 영화에선 자살특공대 리더격에 백전노장 킬러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엘바)가 합류했다. 미국 최악의 교도소 ‘벨 리브’에 수감됐던 그는 곤경에 처한 딸을 구하는 조건으로 비밀 작전에 합류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쥐 조종 능력을 물려받은 릭캐처2(다니엘라 멜키오르), 국수주의적 근육남 피스메이커(존 시나) 등 새 캐릭터와 함께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목소리 연기한 컴퓨터그래픽(CG) 상어인간 ‘킹 샤크’는 건 감독의 전작 ‘가오갤’의 나무인간 그루트(목소리 출연 빈 디젤)와 닮은꼴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전 영화에서 살아남은 캐릭터도 있다. 자살특공대의 지휘관격 정부요원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는 더 냉혹하게, 월러의 총애를 받는 군인 출신 멤버 릭 플래그 대령(조엘 킨나만)은 더 정의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나왔다.

DC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DC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75년간 쌓인 DC 만화는 슈퍼 악당의 보고”라 자부한 건 감독은 “쿨한 캐릭터, 무용하고 웃긴 캐릭터도 있다. 이런 영웅‧악당들을 큰 그림으로 만들어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조합하며 스토리를 짜고 어떤 역할을 줄지 고민하며 캐릭터를 골랐다”고 했다. “스토리상 넣을 이유가 없는 캐릭터는 바로 제거했다”면서 “서로 균형을 이루며 영향을 주는 퍼즐 맞추기 같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돌이켰다.

'조커 여자친구' 뗀 할리퀸 맹활약 

특히 지금껏 조커의 여자친구로 그려져 온 미치광이 할리퀸(바고 로비)은 전남친 조커를 떼어낸 독보적 캐릭터로 맹활약한다. 호된 연애 교훈으로 변화한 모습이다.

건 감독은 할리퀸에 대해 “만화 역사상 가장 대단한 캐릭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슈퍼맨‧원더우먼‧스파이더맨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원작 캐릭터로 돌아가려 노력했다”면서 “그 표출 방식이 다른 사람에겐 광기로 보이지만 할리퀸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성장한다. 이전에 없던 자기 안의 선함도 발견한다”고 했다.

DC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DC 액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악당의 성장은 이번 영화의 주제다. “어렸을 때 저는 소외됐다고 생각을 했어요. 많은 사람이 그런 소외감을 느끼고 소외된 인간상에 자연적으로 끌리죠. 혼자 튀는 사람들도 소속감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표현하려 했고요. 선한 사람도 많은 일을 겪다 보면 안티 히어로가 될 수 있듯이 안티 히어로도 내면에 선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영화 본편 후 2개의 쿠키 영상이 후속편을 암시하며 끝난다. 건 감독의 다음 영화는 우주를 누비는 ‘덕후’ 히어로가 활약하는 ‘가오갤3’다. “가오갤3 땐 한국에 꼭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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