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오!귀환!…찢어지고 맞아가며 '태극마크' 3년 빚 갚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5:46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한국 오지환이 2회 말 투런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2021.08.02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한국 오지환이 2회 말 투런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2021.08.02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

오지환(31·LG)은 3년 전 대표팀에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올림픽에 출전했다. 왼쪽 목 근처가 찢어지고 공에 맞아도 계속 참고 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의 악몽과 오명을 모두 털고, 도쿄올림픽 승리의 주역으로 일어섰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전 7회 11-1, 콜드 게임 승을 거뒀다. 도쿄올림픽은 5회 15점 차 이상, 7회 10점 차 이상일 경우 콜드게임 승리가 선언돼 경기가 자동으로 종료된다.

이로써 한국은 조 1위 맞대결 일본-미국전 승자와 오는 4일 저녁 7시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오지환은 이날 이스라엘전 1-0으로 앞선 2회 말 무사 1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려내는 등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3회에는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처리하는 등 물샐틈없는 수비를 자랑했다.

오지환은 이번 올림픽에 반드시 뽑히고 싶었다. 그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다시 대표팀에 뽑혀 국제대회 무대를 밟고 싶었다. 아시안게임 때는 압박감이 컸고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때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당시 아시안게임 때 오지환의 발탁을 두고 논란이 컸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 오지환은 병역 혜택을 받았고, 이로 인한 '자격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후폭풍은 컸다. 국가대표 첫 전임 사령탑에 오른 선동열 전 감독이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번졌다. 이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정운찬 전 KBO 총재가 당시 논란에 대해 사실상 선동열 감독의 잘못으로 돌리거나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서 자진 사퇴했다.

오지환이 "대표팀에 갚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밝힌 건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 발표 전까지 발탁을 확신하지 못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자랑하나, 타율이 2할 초중반에 그칠 만큼 약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당당하게 3년 만에 대표팀에 귀환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끈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오지환이 가장 수비를 잘하지 않나. 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므로 내야 수비가 더 견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지환의 타율이 낮지만, 수비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서 코치진이 점수를 많이 준 것 같다"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오지환은 "워낙 잘하는 선수가 많아 대표팀 발탁은 전혀 예상은 못 했다. 올림픽 무대를 밟게 돼 정말 감사하다. 나 역시 뽑히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2008년 베이징 대회보다)팬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기준도 더 높아지셨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하는 게 가장 우선이다"라고 했다.

오지환은 이번 대회에서 수비는 기본이고, 공격에서 활약이 돋보인다. 해결사로 나선다. 총 4경기에서 타율 0.286(14타수 4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은 0.786, 출루율은 0.412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오지환이 29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조별리그 1차전 7회말 2사 2루에서 2루타로 득점한뒤 환호하고 있다.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Z]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오지환이 29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조별리그 1차전 7회말 2사 2루에서 2루타로 득점한뒤 환호하고 있다.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Z]

지난 29일 이스라엘과 예선 라운드 첫 경기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올림픽 첫 타석부터 안타로 타격감을 올린 그는 0-2로 끌려가던 4회 2사 1루에서 동점 투런 홈런을 뽑았다. 6회에는 볼넷 뒤 도루까지 성공했다. 이어 4-4로 맞선 7회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쳤다. 다시 한번 '이스라엘 킬러'로 나섰다.

2일 경기에선 2회 말 무사 1루에서 3-0으로 달아나는 2점 홈런을 쳤다. 이번 대회 두 번째 홈런이다. 국제대회에서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의 모습을 자랑했다. 3-1로 쫓긴 5회 말 무사 1루에선 사구를 얻어 출루해 10-1까지 점수 차를 벌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구심이 최초 사구를 인정하지 않자, 벤치에 비디오 판독 사인을 보내 판정 번복을 끌어냈다. 대표팀은 이후 무사 1, 2루에서 무려 7점을 추가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지환은 "꿈의 자리인 대표팀에서 중심이 된다면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3년 전 아시안게임 때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대회 전 기대와 각오를 도쿄 올림픽에서 100% 마음껏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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