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美 엘리엇 중위 유해 찾아주세요"…칠곡 초등생 손편지에 유족 답장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5:40

업데이트 2021.08.02 15:53

경북 칠곡군 왜관초에 재학 중인 유아진(오른쪽)양이 6·25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 실종된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유해를 찾아달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써 백선기 칠곡군수에게 전달했다. 사진 칠곡군

경북 칠곡군 왜관초에 재학 중인 유아진(오른쪽)양이 6·25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 실종된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유해를 찾아달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써 백선기 칠곡군수에게 전달했다. 사진 칠곡군

“지금 우리 지역에서 유해 발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는데 엘리엇 중위님의 유해를 꼭 찾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를 지켜준 엘리엇 중위님 존경하고 고맙습니다.”

6·25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장병 유해를 찾아달라는 초등학생의 손편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편지를 쓴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 왜관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유아진(11)양. 유양은 1950년 8월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서 실종된 미군 장교 제임스 엘리엇(James Elliot) 중위 유해를 찾아달라며 백선기 칠곡군수에게 편지를 썼다.

유양이 이역만리 타국의 전사자 유해를 찾아달라고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최근 동네에 있는 ‘호국의 다리’를 찾게 되면서다. 호국의 다리는 한국전쟁 초기 국군이 수세에 몰리면서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나게 되자 남하하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폭파를 감행했던 다리다. 유양은 이곳에서 엘리엇 중위의 안타까운 사연이 적힌 추모기념판을 읽게 됐다.

엘리엇 중위는 1950년 8월 호국의 다리 인근에서 야간 작전 중 실종됐다. 그의 부인은 평생 남편을 기다리다 2014년 암으로 숨졌고 자녀들은 어머니 유해 일부를 작은 유리병에 담아 호국의 다리 아래 낙동강에 뿌려 부모님의 사후 재회를 도왔다고 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백 군수는 2018년 10월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에 엘리엇 중위의 아들과 딸을 초청해 명예 군민증을 수여했다. 엘리엇 중위의 딸인 조르자 레이번은 한 줌의 유해라도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실종 장병 귀환을 염원하는 검은 깃발을 지금도 집 앞에 걸어두고 있다.

6·25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장교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유해를 하루 속히 발굴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쓴 경북 칠곡군 왜관초 유아진양의 편지에 대해 엘리엇 중위의 딸 조르자 씨가 답장을 써 전달했다. 사진 칠곡군

6·25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장교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유해를 하루 속히 발굴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쓴 경북 칠곡군 왜관초 유아진양의 편지에 대해 엘리엇 중위의 딸 조르자 씨가 답장을 써 전달했다. 사진 칠곡군

유양은 “칠순이 넘은 아들과 딸이 아직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너무나 안타까워 편지를 썼다”며 “엘리엇 중위님이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편지를 받은 백 군수는 칠곡군 지역의 유해 발굴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수 육군 보병 50사단장과 칠곡대대장 정주영 중령에게 유양의 편지를 전달했다.

50사단 낙동강여단 예하 칠곡대대 장병들은 유양의 손편지를 복사해 지갑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정주영 칠곡대대장은 “편지를 읽고 있으면 수많은 호국영령과 유가족의 아픔이 느껴진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양의 편지를 알게 된 조르자는 지난달 30일 감사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편지를 쓴 아진이가 너무 고맙고 한국을 방문하면 꼭 만나서 안아주고 싶다”며 “대한민국을 위한 아버지의 숭고한 희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백 군수는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멀리 타국에 사는 백발노인까지도 실종 장병 유해를 찾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폭염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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