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는 졸속 정책”…교총·전교조 반대 부딪힌 고교학점제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5:12

지난 2월 17일 경기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지난 2월 17일 경기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현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고교학점제에 대해 고등학교 교사 10명 중 7명이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지만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제도 안착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고교 교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6일부터 나흘간 전국 고교 교원 2206명이 설문에 참여한 결과, 72.3%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찬성은 27.7%에 그쳤다. 이미 고교학점제를 시범 도입하고 있는 학교 소속 교사들도 찬성률이 낮았다.

고교 교원 72.3%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반대"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고교학점제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전교조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소속 분회장 가운데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7.3%에 그친다고 밝혔다. 전교조 측은 교육부에 "밀어붙이기식 연구·선도학교 확대를 중단하고 고교학점제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고, 누적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마이스터고에 도입됐고, 내년부터 일반고·특성화고에 부분 도입한다. 2025년에는 전국 모든 고교가 고교학점제를 운영하게 된다.

교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고교학점제의 좋은 취지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한국교총 조사에서 교사들은 반대 이유로 '학교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 미흡'(38.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학생의 자기주도성 강조가 교육의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응답이 35.3%를 차지했다. 현행 대입 제도와 불일치(12.5%)한다거나 시기상조(13.7%)라는 응답도 많았다.

"교사 수급 어려워…특정 과목 쏠림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17일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마친 뒤 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교육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17일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마친 뒤 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교육부]

설문에 참여한 교원 중 91.2%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충분한 교사 수급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국어·영어·수학 등 기존 교과 이외에 다양한 교과를 개설하는 고교학점제는 교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교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자격증이 없는 외부 전문가를 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교원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다양한 과목을 제공해도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 쏠릴 것이라는 응답도 90%가 넘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고교학점제 시행 학교의 사례를 보면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개설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곳이 많다"며 "여러 과목을 만들어도 학생들이 특정 과목만 신청해 수강생이 30명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현상을 막으려면 수능 비중이 축소돼야 한다. 하지만 교사 65.5%는 앞으로 수능 비중을 늘리거나 최소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지역간 격차 더 커진다 "준비되지 않은 졸속 도입"

고교학점제 도입시 하위권 학생이나 농촌 지역 학교가 더 불리해진다는 예상도 많았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누가 불리해지느냐는 질문에 교사 47.2%는 '하위권 학생'을 꼽았다. 상위권 학생이라는 답변은 13.1%에 그쳤다. 교원 중 78.4%는 전면 시행 후 '명문 고교' 선호 현상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현장 교원은 고교학점제가 하위권 학생에게 불리하고 도시보다 인적·물적 토대가 부족한 농산어촌 학교의 교육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육 당국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화상 원격수업 외에 내놓은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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