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증세'에 민원 급증했는데…심의위원회는 '홍보부족' 탓만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4:59

올해 공시가격이 70.68% 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세종시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공시가격이 70.68% 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세종시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는데 이를 심의ㆍ의결하는 위원회에서 “소통 및 홍보 강화”만 주로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시가격 ‘깜깜이 산정’ 논란에 올해부터 처음 공개하기 시작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중부위)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다. 정부위원 4명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촉한 민간위원 8명이 참석한 중부위가 제대로 된 정책 심의보다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심의하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 회의록 첫 공개
공시가 급등에도 "홍보 강화" 목소리만

중부위는 지난 4월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원안대로 심의ㆍ의결하면서 “시세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공시가격 변동률이 높은 것이며 공시가격 현실화는 흔들림 없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19.08%, 서울 19.91% 올랐다. 세종시의 경우 70.68% 올라 정부가 공동주택 가격 공시를 한 2006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교통부]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교통부]

대폭 오른 집값에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이 올라가면서 공시가격은 급등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중부위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70.2%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오른 것을 강조하며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가 크지 않은데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오해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홍보하는 등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동주택 가격 대별로 차등해 현실화율 목표 달성 기간을 5~10년으로 정했다. 고가 주택일수록 공시가가 더 빨리 많이 오르게 된다. 공시가격이 60여개 행정지표의 기초가 되는 만큼 보유세 등 각종 부담도 커진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공시가 증세’라고 부르는 이유다.

2021년 공시가격안에 따른 보유세 시뮬레이션

2021년 공시가격안에 따른 보유세 시뮬레이션

이에 중부위는 “재산세 부담완화 대책을 통해 대부분의 주택이 해당하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경우에는 조세 부담도 크지 않다는 점에 대해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재산세 감면 조치는 2023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결국 공시가격 급등에 따라 보유세는 대폭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산정하는데 정확한 시세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깜깜이 산정’ 논란은 여전하다. 올해의 경우 공시가격이 급등해 관련 의견접수만 약 5만건으로 전년 대비 33% 늘어났다.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검토한 뒤 공시가격을 조정한 비율은 5%(2485건)에 그쳤다. 중부위는 이를 심의하면서 “연관세대까지 검토하게 되면 검토대상이 많아지는데 검증 기간은 2주 내외로 다소 짧게 보이므로 검증 기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만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중부위는 결국 정부의 증세 정책을 위한 면피용 위원회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부동산 관련 각종 세율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시가격도 급등해 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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