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경 벗겨져도, 머리카락 없어도…이게 올림픽 정신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4:47

업데이트 2021.08.02 16:04

'올림픽은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올림픽 정신으로 뭉클한 감동을 주는 선수들이 있다.

31일 수경이 벗겨진 채로 역영하고 있는 리디아 자코비. [AP=연합뉴스]

31일 수경이 벗겨진 채로 역영하고 있는 리디아 자코비. [AP=연합뉴스]

'수영 샛별' 리디아 자코비(17·미국)는 지난달 31일 대회 경영 400m 혼성 혼계영 결승에서 출발 도중 수경이 벗겨졌다. 그래도 레이스를 멈추지 않았다. 수경을 입에 물고 계속 스트로크를 했다. 호흡이 불편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두 눈을 뜨고 경기를 한 자코비의 기록이 좋을 리가 없었다. 우승 후보였던 미국 대표팀은 3분 40초 48로 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레이스를 잘 마친 자코비를 칭찬했다. 그도 "수경이 벗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최선을 다했다. 후회없다"고 말했다.

다누시아 프랜시스(27·자메이카)는 지난달 25일 여자 기계체조 이단평행봉 예선에서 꼴찌(88위)했다. 그의 연기 시간은 고작 11초. 하지만 그는 환하게 웃었다. 프랜시스의 왼 무릎에는 두꺼운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불과 이틀 전 훈련 도중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이다.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생애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의사의 만류에도 그는 기권하지 않고 경기에 나갔다. 심판진은 그의 불굴의 투지에 9.033점에 달하는 높은 수행 점수를 줬다. 기술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해 점수가 크게 깎여 3.033점을 기록했다. 프랜시스는 "내가 꿈꿨던 연기는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커다란 성취였다"고 말했다.

허들을 뛰다 넘어진 루카 코작(오른쪽)과 야니크 톰슨. [로이터=연합뉴스]

허들을 뛰다 넘어진 루카 코작(오른쪽)과 야니크 톰슨. [로이터=연합뉴스]

톰슨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코작. [로이터=연합뉴스]

톰슨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코작. [로이터=연합뉴스]

코작이 톰슨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작이 톰슨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육상 여자 100m 허들 준결승에서도 따뜻한 장면이 연출됐다. 루카 코작(25·헝가리)과 야니크 톰슨(25·자메이카)는 허들을 넘다가 발에 걸려 넘어졌다. 두 선수 모두 쓰러진 채 눈물을 흘렸다. 그때 코작이 야니크도 넘어져 망연자실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코작은 눈물을 닦고 일어나 야니크에게 다가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야니크는 코작의 손을 잡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둘은 같이 모두 떠난 레인을 벗어났다. 그런 모습을 보고 경기장에 있던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박수를 쳤다.

24일 오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여자 유도 48kg급 예선 32강 대한민국 강유정 대 슬로베니아 스탄가르 마루사 경기. 강유정이 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여자 유도 48kg급 예선 32강 대한민국 강유정 대 슬로베니아 스탄가르 마루사 경기. 강유정이 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유정(25·순천시청)은 지난달 24일 대회 유도 여자 48㎏급에 출전했는데 빡빡머리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왼 무릎 통증이 심했던 강유정은 혹독한 훈련을 하면서 체중 조절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경기 전날까지 계체 통과가 어려웠다. 하루 종일 먹지 않고 뛰기만 해 탈수까지 왔는데도 48.5㎏이 되지 않았다. 결국 계체 5분을 남겨놓고 머리카락을 밀어 계체를 통과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경기를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 1회전(32강전)에서 스탄가르 마루사(슬로베니아)에 한판승을 내주며 탈락했다. 그의 경기 시간은 단 2분. 강유정은 "머리카락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아쉬운 결과가 나왔지만 무너지지 않고 일어나겠다"고 했다.

김한솔이 1일 마루운동 결승에서 제대로 돌지 못하고 주저앉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솔이 1일 마루운동 결승에서 제대로 돌지 못하고 주저앉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솔(26·서울시청)은 한국 남자 체조를 이끌 재목으로 꼽혔다. 그러나 1일 남자 기계체조 마루운동 결승에서 난이도가 높지 않은 스핀 동작인 페도르첸코를 하다가 주저앉았다.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는 침착하게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8명 중 최하위였다. 김한솔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기초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쏟아지면서 예선탈락했다.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 심리 상담까지 받았다. 이번에도 또 실수가 나왔지만, 그는 경기를 그만두지 않고 다 마친 후 허허 웃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더 나아갈 것"이라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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