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인기종목은 메달 결정전도 못 보나”…‘몰빵중계’에 뿔난 시청자들

중앙일보

입력

역도 국가대표 김수현이 1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76kg급에서 인상 1차 시기 성공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도 국가대표 김수현이 1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76kg급에서 인상 1차 시기 성공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직장인 김재영(29)씨는 역도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려고 채널을 돌리다 당혹감을 느꼈다. 지상파 3사 중 역도를 생중계해주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역도 여자 76㎏급 A조 경기엔 김수현(26)이 출전했다. 메달이 걸린 경기였으나 같은 시간대에 열린 남자 야구와 육상 경기에 밀려 전파를 타지 못했다.

김씨는 “야구는 인기종목이라 평소에도 중계를 볼 기회가 많지 않느냐”며 “올림픽이 아니면 대중에게 선보이기 어려운 비인기종목이 이번에도 뒷전으로 밀리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인기 종목 우선…‘몰빵 중계’에 뿔난 시청자들

도쿄 올림픽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3사의 인기 종목 쏠림 중계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야구나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모든 방송사가 같은 경기를 중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지난 1일 오후 7시 한국 남자 야구 대표팀과 도미니카공화국의 녹아웃스테이지 경기가 벌어졌다. KBS2와 MBC, SBS는 야구 경기를 내보냈고, KBS1은 우상혁(25)이 선전한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결선을 생중계했다. 동시간대에 열린 여자 농구 경기(한국:세르비아)는 케이블 채널에서만 방송됐고, 여자 역도는 중계하는 곳이 없었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4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결정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여자배구 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4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결정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 전날인 지난달 31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여자 배구 한일전은 남자 축구(한국:멕시코)와 야구(한국:미국)에 밀려 케이블 채널에서만 중계되다가 뒤늦게 후반부만 지상파 방송을 탔다. 올림픽을 통해 다양한 종목을 접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학교 배구동아리 회원 강모(25)씨는 “올림픽만큼 양질의 경기 중계를 볼 기회가 평소에는 거의 없다”며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인기 종목 뜨자 시청권 요구 거세졌다

우상혁이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출전해 2.39m를 시도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우상혁이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출전해 2.39m를 시도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다양한 경기를 시청할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비인기 혹은 메달 가능성이 희박했던 종목 선수들의 선전에 힘입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결선에 출전한 우상혁은 23년 만에 한국 신기록(2m 35㎝)을 경신하며 4위에 올랐다. 같은 날 여서정(19)은 체조 도마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 요트의 간판 하지민(32)은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레이저급 메달 레이스에 진출해 5위를 차지하며 최종 순위 7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모지에서 최초의 기록을 쓴 선수들의 경기는 온전히 안방에 전달되지 못했다. 우상혁과 여서정의 예선은 경기가 끝난 뒤 ‘지연 중계’를 통해 지상파에서 방송됐다. 하지민이 출전한 메달 레이스도 생중계로 경기를 전한 방송사는 없었다.

반복되는 권고…“실질적 대책 마련해야”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지상파 3사의 이른바 ‘몰빵 중계’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4일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지상파 3사에 “중계방송 시 채널·매체별로 순차적으로 편성해달라”고 권고했다. 앞선 올림픽 당시 세 방송사가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 인기 종목을 중복 편성했던 데 따른 조치다.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사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방통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방통위가) 방송사와 사전에 여러 번 접촉해 실행이 따르는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며 “방송이 가진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을 고려했을 때 적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