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상혁 "좌우 다른 신발? 한쪽 터져 남은걸 신었을뿐"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3:35

업데이트 2021.08.02 13:55

1일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4위에 오른 뒤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는 우상혁. [연합뉴스]

1일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4위에 오른 뒤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는 우상혁. [연합뉴스]

"지금도 꿈꾸는 것 같아요."
한국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수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마라톤을 제외한 한국 육상 역사상 최고 순위인 4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우상혁은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었다. 이진택이 1997년 세운 한국기록(2m34㎝)을 24년만에 깨트렸다. 4위는 도로 경기(마라톤, 경보)를 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올림픽 최고 성적(종전 8위)다.

결선 출전 선수 13명 중 랭킹(30위)이 가장 낮았고, 개인 최고 기록(2m31)도 낮았지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메달을 놓고 다퉜다. 공동 금메달을 받은 무타즈 바르심(카타르)과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 동메달의 막심 네다세카우(벨라루시)의 기록(2m37㎝)과는 불과 2㎝ 차였다.

우상혁은 "연습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 했으면 2m33 이상은 뛸 수 있다라는 데이터는 있었다. 그 상황을 맞닥들였을 때 이겨내는 게 문제였다. 편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나를 믿고 김도균 코치님도 믿고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가능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모든 부분이 딱 맞아떨어졌다. 꿈에서는 날아다닌다고 하지않아. 정말 꿈처럼 바를 넘었다. 모든 높이가 똑같아 보이더라"고 했다.

우상혁은 경기 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경기장 내 관중은 없었지만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다른 나라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수없이 "뛸 수 있다"는 말을 스스로 되뇌이며 바를 넘고, 넘었다. 자신의 한계를 두 번(2m33, 2m35)이나 넘어선 우상혁은 "원래 경기에서 자기 기록을 두 번 깨는 선수는 거의 없다. 나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패한 뒤에도 고개를 숙이는 대신 "괜찮아"라고 말한 우상혁은 "올림픽은 전세계의 축제다. 그런데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즐기지 못했다. 이번엔 그러지 말자고 생각했다. 당시 사진도 거의 없다. 어차피 즐기지도 못하고, 경기도 못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코치님과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응원해주는 다른 나라 선수와 관계자들을 관중이라고 생각했다. 평소보도 더 즐겼다"고 했다.

우상혁은 경기 도중 카메라를 향해 힘껏 소리지르기도 했다. 그는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쇼타임, 렛츠고, 지금부터 내 시간이다'라는 말들을 했다.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거다. 정말 오래간만에 흥분을 높였다"고 했다. 좌우가 다른 신발 색깔에 대해선 "신발이 터져서 남은 걸 신었다. 큰 의미는 없다"고 했다.

경기를 마친 뒤 거수 경례를 하는 우상혁 일병. [연합뉴스]

경기를 마친 뒤 거수 경례를 하는 우상혁 일병. [연합뉴스]

지난 3월 입대한 우상혁은 일병이다. 경기 뒤엔 멋진 거수 경례를 했다. 우상혁은 "경기 전부터 생각했는데, 너무 흥분해서 잊어버릴 뻔 했다. 기왕이면 단정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몸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많은 분들이 그 장면이 좋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우상혁과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 진민섭, 그리고 김도균 코치는 1년에 300일 정도를 함께 호흡하고 땀흘린 가족 같은 사이다. 우상혁은 "민섭이 형과 코치님이 군대에 가면 더 차분해지고, 신중해진다.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말이 맞았다"고 했다.

만약 그가 동메달을 땄다면 병역 특례를 통해 조기 전역할 수도 있었다. 우상혁은 "솔직히 그 생각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잊어버리려고 한다. 군인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웃었다.

우상혁의 경기는 많은 국민들의 응원을 받았다. 동시간대 3사에서 야구 중계를 했지만, 육상을 중계한 KBS1 중계 시청률이 19.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m39 3차 시기 시청률은 27.1%까지 치솟았다. KBS는 뉴스 방송까지 늦췄고, 남자 100m 경기도 전파를 타지 못했다.

우상혁은 "우와, 진짜인가요 말이 안 되는데"라며 "실감은 나지 않지만 많은 분들이 연락을 해주셔서 느낌이 조금 오고 있다. 다 답신을 못해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장대높이뛰기 진민섭도 결선 진출이 기대됐지만 부상으로 인해 아쉽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우상혁은 "수직도약 팀이 결성된 지 2년 됐다. 민섭이 형은 선배로서 배울게 많은 점이 많은 선배다. 옆에서 보고 많이 배웠다. 지금의 결실은 형 덕분이다. 김도균 코치님과 민섭이 형 덕에 더 침착해지고, 성숙해졌다. 우리는 정말 가족 같은 팀"이라고 했다.

한국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우상혁은 "체중 관리를 위해 살을 너무 많이 뺐다. 샐러드만 먹고, 파스타도 소스 없이 면만 먹었는데 이제 그만 먹고 싶다"고 웃으며 "돌아가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치킨을 먹고 싶다"고 했다.

우상혁은 이제 자신의 벽을 또 한 번 넘으려고 한다. 그는 "내 키가 1m88㎝다. 내겐 마의 벽이 2m38이다. 높이뛰기에선 자신보다 50㎝ 이상 넘으면 '중력을 이겨낸 사람'이라고 한다"며 "2m39를 올림픽에서 도전했고, 넘을 뻔 했다. 2m38을 언젠가 넘을 줄 알았는데, 더 빨리 깰 수 있을 거 같다. 투명했던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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