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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시상대서 ‘X’자 그린 美 선수…“억압받는 사람들 위해”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포환던지기 선수 레이븐 손더스가 지난 1일 2020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포환던지기 결선에서 2위를 기록,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X자를 그리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포환던지기 선수 레이븐 손더스가 지난 1일 2020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포환던지기 결선에서 2위를 기록,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X자를 그리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여자 포환던지기 선수가 2020 도쿄올림픽 시상대 위에서 양손을 교차한 뒤 ‘X’자를 그려 정치적 의사 표현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포환던지기 은메달을 수상한 미국의 레이븐 손더스 선수의 시상대 사진과 함께 “대회 처음으로 시상대 위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손더스는 전날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포환던지기 결선에서 19m79를 던져 중국의 궁리자오 선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손더스는 시상식에서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하던 중 머리 위로 두 팔을 올려 X자를 그렸다.

손더스는 제스처를 취한 이유에 대해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외신은 손더스가 흑인이자 공개적인 성 소수자라고 전했다. 자신을 ‘헐크’라고 부르는 손더스는 공개적으로 자신이 우울증과 싸우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미국 포환던지기 선수 레이븐 손더스의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포환던지기 선수 레이븐 손더스의 인스타그램 캡처.

손더스는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자신을 대변할 플랫폼이 없는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것이 내 목표”라고 밝혔다. 손더스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글을 올려 “흑인이거나 성 소수자이거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메달을 바친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 기회를 확대했지만, 경기 도중 및 시상식에서는 여전히 이를 금지하고 있다. NYT는 손더스의 제스처에 대해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메달 박탈 및 향후 대회 출전 금지 등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의 펜싱 선수 레이스 임보든도 남자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 시상식에서 오른손 손등에 X자를 그리고, 동그라미를 친 것이 카메라에 의해 포착됐다. NYT는 “경기 중 임보든의 손에 그런 문양은 없었다”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앞서 임보든은 지난 2019년 팬아메리칸대회(범미주대륙대회) 시상식에서도 국가가 연주될 때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보인 바 있다.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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