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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까지 퍼부어"…뜨거운 동해, 양식 강도다리 17만마리 떼죽음

중앙일보

입력

동해안 고수온, 양식 강도다리 떼죽음 

고수온 피해를 입은 동해안 한 양식장. 폐사한 강도다리가 보인다. 경북도

고수온 피해를 입은 동해안 한 양식장. 폐사한 강도다리가 보인다. 경북도

푹푹 찌는 폭염으로 동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양식장 물고기 떼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동해안 고수온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동해 바닷물을 주로 끌어다 쓰는 도내 양식장 14곳에서 물고기 17만6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포항 양식장 8곳에서 9만30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영덕 양식장 4곳에서 1만1000여 마리, 울진 양식장 2곳에서 7만2000여 마리가 죽었다. 피해액만 11억원 이상으로 경북도는 추정했다.

동해안 한 양식장을 찾아 고수온 피해 상황을 살펴보는 공무원들. 경북도

동해안 한 양식장을 찾아 고수온 피해 상황을 살펴보는 공무원들. 경북도

경북도 환동해본부 서성배 담당은 "넙치 등 일부 다른 물고기도 있지만, 양식장 폐사 물고기의 90% 이상은 수온에 민감한 강도다리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강도다리의 적정 생육 수온은 20도 정도다. 하지만 동해는 이보다 뜨겁다. 지난달 24일 동해안 고수온 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바다 수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포항과 울진 바다 온도는 27도 전후다. 이 상태라면 동해안 양식 물고기들의 폐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경북도는 일선 시·군과 함께 양식장 지원책을 마련했다. 강도다리는 통상 새끼 때부터 10달 정도 키우면 무게가 300g~400g 나간다. 이때 양식장에선 마리당 7000원~8000원을 받고 내다 판다. 경북도 등은 이런 출하 기준에 근접하면, 양식장에 두지 말고 조기에 내다 팔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얼음 퍼부어 수온 낮추기도 

또 수온 낮추기에 쓰이는 액화 산소·냉각기·순환 펌프 등을 피해 양식장에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포항시 등 일부 지자체는 양식장에 얼음을 지원하고 있다. 순간적인 수온 낮추기가 필요할 때 얼음을 양식장에 퍼붓도록 하는 용도로다.

2018년 여름 전남 함평읍 석성리 주포항 인근 해상 양식장에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 돌돔의 사체가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어민이 바라보고 있다.

2018년 여름 전남 함평읍 석성리 주포항 인근 해상 양식장에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 돌돔의 사체가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어민이 바라보고 있다.

바다 고수온에 따른 양식장 피해, 물고기 떼죽음은 폭염이 심해지는 여름철 반복되는 있는 일이다. 이에 일부 양식장에선 현대화시설사업을 벌여 비교적 차가운 저층 해수를 끌어들여 평소 수온이 저층 수온(16도∼17도)을 유지하도록 한다. 하지만 폭염이 장기화하고, 예측보다 일찍 고수온이 시작되면 저층 해수를 끌어들이는 것만으로 평소 수온을 유지하기 어렵다. 뜨거운 바닷물이 섞이면서 전체적인 수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 동해안 피해 양식장 14곳 중 3곳은 현대화시설사업이 돼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수온 유지 장치를 설치했다고 해도 고수온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 바다 온도가 아래위 마구 뒤섞이면 양식장에서 마련한 장치만으론, 자연 재해인 고수온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8년 해양수산부가 국내 7월 바닷물 온도를 조사한 결과, 8년 새 2.89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평균 0.34도씩 상승한 것이다.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해역 표층 온도는 1.23도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바다 온도 상승 폭(0.48도)의 2.6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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