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설탕세 도입 절실해졌다? OECD 보건통계는 달랐다

중앙일보

입력

3월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가 진열돼 있다. 뉴스1

3월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잠잠했던 이른바 설탕세·비만세 도입 논란이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정책연구원에서 비만세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다. 비만세는 콜라와 같은 가당음료 등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설탕세라고도 불린다. 비만세 도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조세연 "OECD 국가 비만세 도입 추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2019년 기준 33.8%로, 1998년(26.0%)보다 7.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저소득층의 비만율이 고소득층보다 높은 데다 증가 추세도 더 빠르다. 여기에 지난 3월 대한비만학회가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전보다 몸무게가 3㎏ 이상 늘었다’고 답한 비율이 46%에 달했다.

[사진 pxhere]

[사진 pxhere]

최성은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비만율이 의료비용 증가, 노동생산성 감소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만세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선임위원은 “멕시코의 경우 가당음료세 부과가 가당음료를 생수로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연구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42개 국가에서 비만율 억제를 위한 과세를 도입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비만세 도입 이후 음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가 줄었다. 그 결과 저소득층 과체중률이 1.5~4.9%포인트, 비만율이 1.1~2.4%포인트 감소했다. 최 선임위원은 "프랑스·영국도 최근 가당음료세류의 비만세 부과를 시작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비만세 부과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국내 연구에서는 탄산음료의 가격 탄력성이 0.34~3.77로 다양하지만, 청소년이 성인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탄력성이 1 이상인 경우 가격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선임위원은 “가당음료 과세로 소비자 가격이 높을수록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소비 감소와 비만율 감소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회 발의된 법안…'결국 세금 아니냐'

국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지난 2월 가당음료에 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설탕세라는 별칭이 붙었고, 개정안 내용이 알려지면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의가 촉발됐다. 설탕세가 결국 콜라 등 가당음료 가격 인상을 불러 소비자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설탕세 관련 내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설탕세 관련 내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때문에 '취지는 좋지만 결국 세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현 정부 들어 양도소득세율과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는 등 잇따라 국민 조세 부담을 늘려 왔다. '탄소세법안', '청년세법안' 등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처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과세 카드가 계속 등장하면서 조세제도가 기형적으로 변할 우려도 제기된다.

"세금 더 걷지만, 소비자만 피해" 지적 

특히 한국의 비만율이 증가 추세이기는 하지만, 앞서 비만세를 도입한 국가와 비교했을 땐 여전히 낮은 편이다. '2019 OECD 보건통계'를 보면 한국의 과체중 및 비만 인구 비율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낮았다. 한국의 비만율은 30%대였지만, 영국은 64.3%, 멕시코는 72.5%에 달했다. 영국과 멕시코는 모두 비만세를 도입한 국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만세 도입이 건강 증진 목적 달성보다 소비자 부담 증가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설탕 같은 경우엔 세금이 부과돼도 공급자가 부담을 지지 않고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 담배처럼 세금 부과 이후 일시적으로만 소비가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기본적으로 전체 비만에서 가당음료가 차지하는 기여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데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