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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불법 판스프링' 재탄생…스쿨존 안전울타리 된다

중앙일보

입력

화물차에서 떨어진 판스프링에 맞아 찢겨진 승용차 유리. [연합뉴스]

화물차에서 떨어진 판스프링에 맞아 찢겨진 승용차 유리. [연합뉴스]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평택대교 인근 43번 국도를 지나던 차량의 앞 유리 부분을 쇠붙이가 뚫고 들어와 조수석을 강타했다. 조사 결과 길이 25㎝, 폭 10㎝가량의 이 쇠붙이는 화물차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판스프링이었다.

화물차 불법 판스프링 탓 사고 잦아 #차량 유리창 뚫고 인명 피해 발생 #판스프링 회수해 스쿨존 펜스 제작 #3일부터 10월 말까지 캠페인 진행

 당시 조수석에 아무도 타지 않아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앞서 2018년 1월에는 경기도 이천 부근 중부고속도로에서 판스프링이 승용차의 운전석으로 날아가 운전자가 목 부위를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도로에 떨어진 화물차용 판스프링이 관광버스의 바퀴에 부딪히면서 튕겨 나가 반대편에서 달리던 승용차를 덮친 것이었다. 뒤이어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동승했던 운전자의 예비신부와 지인도 중상을 입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판스프링은 원래 노면으로부터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차량 아랫부분에 설치하는 완충장치로 강한 탄성이 특징이다.

판스프링을 화물 보조지지대로 불법 부착한 모습. [사진 국토교통부]

판스프링을 화물 보조지지대로 불법 부착한 모습. [사진 국토교통부]

 그런데 많은 짐을 실을 때 적재장치가 옆으로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판스프링을 지지대로 불법설치하는 화물차가 늘어났다.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판스프링이 주행 중에 떨어져 나가면서 안타까운 사고를 유발하는 '도로의 흉기'가 된 것이다.

 이들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고는 애초 이를 장착했던 화물차와 도로에 떨어진 판스프링을 밟고 지나가 사고를 일으킨 차량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보상이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화물차의 판스프링 불법설치를 단속해달라는 글들이 올라왔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토교통부와 공단에선 지난해 9월 차량이 달릴 때 또는 외부충격 등에 의해 적재함 보조지지대가 떨어지지 않도록 규격과 고정방법 등의 설치 기준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경찰이 판스프링 불법 부착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뉴스 1]

경찰이 판스프링 불법 부착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뉴스 1]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약 7700대의 차량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화물 적재함에 보조지지대를 설치하는 튜닝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경찰도 공단과 함께 불법으로 판스프링을 설치한 화물차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판스프링은 물론 이를 설치할 수 있는 보조지지대 꽂이도 제거토록 한다.

 그러나 여전히 불법으로 판스프링을 부착한 채 운행하는 차량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단속과 병행해서 3일부터 새로운 형식의 불법 판스프링 제거 캠페인이 시작된다.

캠페인을 통해 회수한 판스프링으로 스쿨존의 안전울타리를 만들게 된다. [뉴스 1]

캠페인을 통해 회수한 판스프링으로 스쿨존의 안전울타리를 만들게 된다. [뉴스 1]

 공단과 국토부, 경찰청, 서울시,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전개하는 '화물차 불법 판스프링 제거 및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 울타리 설치 캠페인'이 그것이다.

 판스프링을 불법 설치한 화물차가 현대자동차의 공식 차량정비서비스 협력사인 '블루핸즈(Bluehands)'를 방문하면 무상으로 판스프링을 제거해주고, 약 10만원 상당의 주유권도 제공한다. 캠페인은 10월 말까지 진행되며, 선착순 300대 대상이다.

 이를 통해 수거한 판스프링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내에 설치할 안전펜스를 제작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도로의 흉기가 어린이를 보호하는 안전 울타리로 환골탈태하는 셈이다.

 공단의 권용복 이사장은 "이번 캠페인에는 무엇보다 화물차 운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며 "교통안전 확보와 함께 안전 울타리 설치로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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