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독 백운규 수심위 지연…거리두기 탓이라는 김오수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05:00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앙포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앙포토

김오수 검찰총장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장원부 장관의 월성 원전 조기폐쇄 결정과 관련한 배임 교사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열겠다고 밝힌 지 34일째 개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연 이유로 한 달이 지난 ‘차장·부장검사 인사’와 ‘코로나19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을 들어 수심위를 아예 무산시킬 핑곗거리를 찾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례 없는 지연, 핑계는 ‘코로나?’

대검찰청은 백 전 장관에 대한 수심위 진행 경과 등을 묻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질의에 “개최 시기 등을 검토 중”이라며 그 이유로 “현재 검찰에서 ‘21년 하반기 고검검사급 검사 정기 인사, 코로나19 단계 격상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지난달 29일 답변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6월 30일 직권으로 수심위 소집을 결정한 지 한 달을 넘겨 수심위를 열기는커녕 개최 일정조차 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전례에 비춰 봐도 이례적인 지연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통상 수심위 소집 결정 이후 10일 안팎의 시점에서 수심위가 개최돼왔기 때문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 수사를 중단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지난 4월 29일 수심위 소집이 결정된 지 11일 만에 수심위가 열려 기소 권고 결론을 내렸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프로포폴 투약 의혹’ 역시 둘 다 15일 만에 수심위가 개최돼 ‘수사중단’ 권고가 나왔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이동재 채널A 기자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역시 수심위 소집이 결정된 지 11일 만에 수심위가 열렸고, 각각 ‘수사 계속‧공소제기’ 및 ‘수사중단‧불기소’ 판단을 받았다.

김오수 검찰총장. 김경록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 김경록 기자

대검이 유독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해선 수심위를 지체하는 사유 역시 ‘옹색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 하반기 고검검사급 인사는 지난 6월 25일 발표돼 7월 2일 자로 단행됐다. 또 수심위는 간사로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참여할 뿐 위원장 및 나머지 위원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돼 고검검사급 인사와 사실상 무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군다나 이와 함께 든 사유인 코로나19 역시 ‘공무에 필요한 경우는 기본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인원제한 없이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 방역 지침이기 때문에 개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권 출마 계기 된 ‘월성원전’ 사건 뭐길래

백 전 장관에 대한 수심위는 소집 결정 때부터 논란이 됐다. 대전지검은 지난 6월 30일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한전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향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고, 경제성 평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업무방해)로 불구속기소 했다. 백 전 장관은 산업부 공무원이 2018년 4월 ‘월성 1호기를 2년 반 동안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올리자, “너 죽을래?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써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대전지검은 부장검사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백 전 장관에게 한수원에 손실을 입힌 업무상 배임 교사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나 김 총장이 직권으로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해선 수심위를 열어 향후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김 총장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건 몰라도 국가 정책 추진을 놓고 기업에 대한 배임 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김 총장이 당시 ‘배임 교사 기소’를 틀어막은 것을 두고 “청와대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백 전 장관에게 배임 교사 혐의가 적용될 경우 향후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는 국가 상대 민사 손해배상 소송이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의 합의 없는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생투어 첫 화두로 탈원전을 정한 배경에 대해선 “(총장직에서 사퇴하고) 정치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의 합의 없는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생투어 첫 화두로 탈원전을 정한 배경에 대해선 “(총장직에서 사퇴하고) 정치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대권에 도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공개한 바 있다. “월성 원전을 수사하면서 감찰과 징계 청구가 들어왔다.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이뤄졌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월성 1호기는 한수원이 7000억원을 투입한 개보수 작업으로 수명을 2022년 11월까지 연장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조기 폐쇄를 관철했다. 조기 폐쇄 결정은 2018년 4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참모들에게 말한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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