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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춧값 한달 새 두 배…코로나·폭염 '장바구니 물가' 올렸다

중앙일보

입력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주부 박혜진(44)씨는 저녁 찬거리를 사러 집 앞 슈퍼마켓에 갔다가 한숨을 쉬었다. 냉동실에 얼려뒀던 삼겹살과 함께 먹을 상추 등 쌈 야채, 된장찌개에 넣을 호박‧양파‧버섯, 저녁 식사 후 간식으로 먹을 아이스크림을 샀을 뿐인데 5만원이 나왔다. 나물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시금치(200g, 4300원)와 복숭아(백도 3개, 1만6000원)는 고민 끝에 다시 내려놓았다. 박씨는 “여름 과일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비싸서 사 먹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재택근무에, 온라인수업에 하루 세끼 꼬박 밥상을 차려야 하는데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마트 과일코너. [중앙포토]

서울의 한 마트 과일코너. [중앙포토]

뛰는 물가에 서민들이 밥상이 부실해지고 있다. 야채나 과일 같은 신선제품은 물론 라면‧햄 같은 공산품까지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연이은 폭염 영향이 크다.

야채‧과일값이 많이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시금치(4㎏) 도매가격(지난달 30일 기준)은 평균 4만2980원으로, 한 달 새 121% 올랐다. 상추 평균 도매가격(4㎏)도 한 달 새 2만1944원에서 3만8460원으로 74% 뛰었다. 고깃값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닭고기 1㎏ 소매가격(지난달 29일 기준)은 5905원으로, 한 달 새 11% 올랐다.

지난해 여름과 비교해도 값이 비싸다. 1년 전보다 수박은 26% 비싼 2만3022원, 참외(10개)는 20% 뛴 1만6191원이다. 배(신고, 10개)는 51% 올라 5만3407원이다. 배 한 개에 5300원꼴이다.

라면·햄·소시지 가격도 속속 인상  

여기에 라면‧과자‧햄 같은 공삭품 가격도 줄줄이 오름세다. 연초부터 즉석밥, 두부, 통조림 등이 가격 인상에 나섰고 대표적인 ‘서민 제품’으로 꼽히는 라면도 값이 올랐다. 오뚜기는 이달 1일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농심은 이달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6.8% 올린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일부터 스팸 같은 햄‧소시지 같은 육가공 제품 2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SPC삼립은 지난 3월 전통크림빵, 신선꿀호떡 등 양산빵 2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풀무원도 올해 들어 두부, 콩나물, 떡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밥상 물가가 급등한 데는 폭염 영향이 크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이 기상 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하다. 지난달에만 폭염으로 국내에서 ‧돼지‧오리 등 가축 22만8000여 마리가 폐사됐다. 신선제품뿐 아니라 밀‧옥수수 같은 곡물과 고기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가공품 가격까지 치솟는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노동력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은 기후나 작황 같은 요인의 영향이 크고, 기름값 인상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물가 많이 오른 농산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 상반기 물가 많이 오른 농산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19에 노동력도 부족 

이 때문에 업체들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물류비‧판매관리비 등 경영 비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오뚜기는 2008년 이후 13년 4개월 만에 라면값을 올렸다. 농심의 라면값 인상은 2016년 12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농심 측은 “라면의 주원료인 소맥, 팜유 등 원자재 가격이 인상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수급 불안에 대비해 정부 비축, 계약재배 등의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배추‧무의 정부 비축 물량은 지난해보다 세배 이상 늘이고 사과·배의 추석 전 계약 출하 물량은 1.3∼2배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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