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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은어 쓰지마" 父 부탁에 17살 신유빈의 반전 대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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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이 지난달 25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탁구 룩셈부르크 니시아렌과의 경기에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유빈이 지난달 25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탁구 룩셈부르크 니시아렌과의 경기에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도 많은 국제대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유빈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갔어요."

한국 탁구 최연소 국가대표 신유빈(17) 선수의 아버지 신수현(49)씨는 "본인이 즐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탁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신씨는 신 선수가 탁구 채를 손에 쥐게 한 ‘스승’이기도 하다. 신씨는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즐거워하는 딸을 보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달 부담은 내려놓고 즐기다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Z세대 국가대표, 자기 주도적”

첫 올림픽에 출전한 신유빈이 지난달 24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가이아나의 에질 첼시와의 첫 경기에서 포핸드 탑스핀 공격을 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첫 올림픽에 출전한 신유빈이 지난달 24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가이아나의 에질 첼시와의 첫 경기에서 포핸드 탑스핀 공격을 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 선수가 지난달 27일 2020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3회전(32강)에서 탈락한 뒤에도 가족들은 흔들림이 없었다고 한다. “경기 결과에 메이지 않고 선수 본인이 즐거운 경기여야 한다”는 게 대를 이은 탁구 집안의 철학이다. 신씨는 “(패배 후) ‘고생했다’고 다독였다. 유빈이도 잘했는데 아쉬웠다고 하더라”며 “나가기 전 ‘열심히 하겠다’ ‘즐기고 오겠다’고 했다. 그거면 됐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선수들의 활약과 재기발랄한 모습 등이 주목받고 있다. 수십 년 전 선수 생활을 했던 아버지 신씨도 Z세대 선수들이 올림픽에 가져온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신씨는 “그 나잇대 또래는 보통 시키는 것만 하는데 Z세대 선수들은 주도적이다. 완전히 다른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과거에는 은메달을 따도 고개를 푹 숙였다. 감독님이 알려주는 대로 그냥 읽는 수준의 인터뷰를 했다”며 “반면 지금 친구들은 하고 싶은 걸 해서 그런지 자기 주도적이고 자기표현을 잘한다. 주도적으로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올림픽 Z세대 선수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팬들과 소통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는 특징도 있다. 신씨는 “(SNS는) 연습에 지장 없을 정도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입장”이라면서도 “유빈이가 SNS에 올리기 전에 ‘아빠. 이렇게 올려도 돼?’라고 묻고는 한다. 은어는 쓰지 말라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운동만 하는 딸이다 보니 “아빠. 나도 그런 말은 잘 몰라”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말려야 할 정도로 연습만 해”

신유빈 선수 어린 시절. 사진 신유빈 아버지 신수현씨 제공

신유빈 선수 어린 시절. 사진 신유빈 아버지 신수현씨 제공

신 선수에게는 ‘탁구 신동’ ‘탁구 천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어린 시절 ‘무한도전’ ‘스타킹’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탁구를 일찍 시작해서 주목받은 건 있지만, 본인의 연습량도 어마어마하다”고 전했다. 천재성 뒤에 숨겨진 노력이 있다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해 실업팀에 들어간 뒤 점심시간도 휴식시간으로 안 쓰고 그 시간에 연습만 한다고 한다. 감독도 연습을 그만하라 할 정도였다”며 “보통 5~6시간이 정규 연습시간이라면, 유빈이는 7~8시간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방호복을 입은 신유빈. 뉴스1

지난달 19일 오후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방호복을 입은 신유빈. 뉴스1

신 선수가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고 실업팀에 입단해 운동에 전념하기로 한 것도, 첫 월급을 기부한 것도 본인 의지였다고 한다. 지난달 19일 도쿄로 출국할 때 방호복을 입은 것도 신 선수의 아이디어였다. 신씨는 “유빈이는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런 딸이 택한 탁구이기에 아버지는 믿고 지켜볼 뿐이다. 신씨는 2일 열리는 단체전 경기에 대해서도 “즐겨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성적이나 타인 시선보다는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옛날에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따면 죄인인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아니다”라며 “긴장하지 말고 즐겼으면 한다. 긴장 안 하고 즐기다 보면 메달도 딸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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