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가고 이재명은 피한 곳…서문시장, 왜 진보는 피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05:00

대구 서문시장. 사진 대구시

대구 서문시장. 사진 대구시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고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20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출마 선언 후 두 번째 지역 일정으로 택한 대구행에서 서문시장 방문은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윤 전 총장을 보러 온 서문시장 상인과 손님들은 물론 취재진과 유튜버들이 한 데 섞이면서 이날 서문시장은 거의 마비 상태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즐겨찾던 '보수의 성지'
여권 주자들, 대구와도 방문 안해

반면 윤 전 총장의 맞수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문시장을 찾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첫 민심 투어에 나선 이 지사는 첫 번째 행선지로 대구를 택했다. 그는 대구 2·28민주의거기념탑과 대구 중구 전태일 열사 생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등을 방문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0일 낮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뉴스1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0일 낮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 전태일 열사 옛집을 찾아 지난해 11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의 친구들과 시민들이 달아놓은 문패를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 전태일 열사 옛집을 찾아 지난해 11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의 친구들과 시민들이 달아놓은 문패를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서문시장 방문을 두고 여야 대권주자들이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인사들은 서문시장을 즐겨 찾지만, 반대로 진보 인사들은 서문시장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보수 인사 즐겨 찾지만 진보 인사는 외면해

실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대표가 되기 전과 후에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 대표는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문시장 찾아 “어린 시절 명절에 대구에 오면 꼭 들르던 곳”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당선 후인 지난달 7일에도 서문시장을 들렀다. 당대표 선거 당시 이 대표의 최대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도 막판 유세를 위해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6월 25일 대구에 민생투어를 하면서 서문시장 국수집에 들렀다. 시민들과 만나 이야기하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서문시장 인근에는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에 확산했을 때 의료 봉사를 나섰던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이 위치해 있다.

반면 대구가 고향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지난달 18~19일 이틀간 대구에 머무르면서 팔공산 동화사, 대구시의회 등을 방문했지만 서문시장에는 가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7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7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후보가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찾아 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후보가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찾아 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인사가 서문시장을 유독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전국 최대 규모 전통시장인 대구 서문시장이 단순히 전통시장이라는 사실을 넘어 ‘보수의 성지’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문시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서문시장을 찾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역풍이 불자 세 결집을 위해 서문시장에 방문했고,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이곳을 찾아왔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정치적 최대 위기를 맞이했던 2016년에도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찾았다.

“서문시장 방문으로 보수색채 더할 수 있어”

‘보수의 적자’ 이미지를 얻기 위해 서문시장을 찾는 정치인은 이후로 줄지어 등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07년 서문시장에서 칼제비(칼국수+수제비)를 먹었고, 유승민 전 의원도 바른정당 대선후보 시절 서문시장을 찾아 ‘배신자 프레임’을 벗으려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제19대 대선 출정식을 서문시장에서 열었다.

윤 전 총장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비판을 감수하고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서문시장을 찾은 것도 보수 색채를 더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서문시장은 단순히 전통시장이라는 사실을 넘어 ‘보수의 성지’라는 이미지가 있다. 보수 세력에 지지를 얻지 못하는 여권 인사들이 이곳을 찾기엔 상당한 부담이 뒤따를 것”이라며 “서문시장 방문 자체가 일종의 메시지가 되는 셈인데 윤 전 총장도 그 점을 활용하기 위해 서문시장을 찾은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조만간 대구 방문을 앞두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서문시장을 찾을 경우, 방문 자체만으로 이 전 대표가 ‘우클릭’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2015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2015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선거철만 되면 서문시장에 정치인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이곳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건어물을 팔고 있는 최모(56)씨는 “유력 정치인이 서문시장을 찾아 한 번 휩쓸고 지나가면 가판대가 부서지거나 진열 상품이 사라지는 등 엉망이 된 적이 많다”며 “와서 사진 한 번 찍는 행동 말고 진정으로 상인들을 위한 정책을 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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