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보다 자살 많은 미군, 뜻밖 원인은 '중국 스트레스'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05:00

“우리 군의 높은 자살률이 매우 우려스럽다. 이러한 현상은 이곳 기지뿐만 아니라 미군 전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21일 (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미 알래스카에 위치한 에일슨 공군기지를 찾아 ″나는 그들(미군)이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높은 자살률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헀다. [AFP=뉴스1]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21일 (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미 알래스카에 위치한 에일슨 공군기지를 찾아 ″나는 그들(미군)이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높은 자살률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헀다. [AFP=뉴스1]

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 주(州)에 위치한 에일슨 공군기지를 격려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꺼낸 연설의 주제는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군의 자살률 급증 현상이었다. 1년 국방비만 7380억 달러(약 846조 4100억원)에 달하는 지상 최강이자 최고 복지를 자랑하는 미군이 매년 증가하는 자살률을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

9‧11 이후 자살 군인, 전투 중 사망의 4배
가족 없이 영하 60도, 영상 50도서 근무
인력난 속 중국 굴기로 스트레스 누적

미국에선 지난 2018년에만 326명의 현역 군인이 복무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는 2019년 350명, 지난해 385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오스틴 장관이 방문한 알래스카에서도 올해 최소 6명의 장병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타임스는 브라운 대학교와 보스턴대학교 연구진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2001년 9월 11일 이후 자살한 미국 현역 및 퇴역 군인의 수는 같은 기간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의 수보다 4배 많다”고 보도했다.

2014년 이후 연도별 미군 자살률 변동 추이. [미 국방성 제공]

2014년 이후 연도별 미군 자살률 변동 추이. [미 국방성 제공]

전 세계서 복무…예측 불가능한 생활이 문제

2016년 알래스카에서 공수훈련을 벌인 미 육군 [미 육군]

2016년 알래스카에서 공수훈련을 벌인 미 육군 [미 육군]

미 국방성에 따르면 병사들의 가장 큰 자살 요인은 ▶삶의 예측 불허성 ▶사회적 고립 및 혹독한 조건 ▶심리상담 인력 부족 등이다.

전 세계에 배치되는 미군은 혹독한 기후 조건과 열악한 부대시설을 경험하게 된다. 가령 알래스카에서 복무하는 미군은 가족들과 떨어져 영하 60도의 추위를 견뎌야 한다. 미군이 2001년 주둔을 시작해 올해 철수를 시작한 아프가니스탄도 건조한 대륙성 기후로 사막지대의 여름 최고 기온이 55도까지 치솟는다. 매년 복지시설을 확충하지만, 병사들의 생활은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미군기지에서 성조기가 내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미군기지에서 성조기가 내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파견 지역에서의 만연한 음주와 수면장애, 그리고 높은 생활비 지출은 많은 군인이 직면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한 미 국방성 관계자는 “실제 전투 노출 경험에서 오는 스트레스 보다 악조건과 삶의 불안전성이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부상’과 함께 나타난 인력 부족 현상

중국 해군이 지난해 11월 최신 726 상륙정의 서사군도 훈련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탱크와 보병 침투 장면. [둬웨이 캡쳐]

중국 해군이 지난해 11월 최신 726 상륙정의 서사군도 훈련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탱크와 보병 침투 장면. [둬웨이 캡쳐]

또 익명을 요구한 미군 관계자가 지난달 22일 미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군 전체의 부담 증가도 원인”이라고 말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의 군사 굴기로 강해진 중국군은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난제’가 됐지만, 미군의 수와 장비가 충분하지 않은 탓에 장기간 긴장 속에서 해외 근무를 해야 하는 군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군 관계자는 항공모함 USS니미츠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니미츠의 승조원들은 321일 동안 본국에 돌아오지 못했고, 이는 베트남 전쟁 이후 최장기간”이라며 “이들 중 몇몇은 정신적 고통으로 마약과 술에 빠졌으며, 몇몇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USS니미츠의 본토 재배치 결정을 뒤집고 그대로 유지할 것을 지시하며 본토 복귀가 늦어졌고, 지난 2월에는 남중국해에서의 훈련을 수행했다.

지난 3월 제임스 맥콘빌 미 육군 참모총장은 “전투 준비상태 유지를 위해선 5만 명 이상의 육군 병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48만5000명 규모의 육군을 54~55만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해군은 지난 2월 남중국해에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USS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 2척이 합동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미국 해군 제공]

미국 해군은 지난 2월 남중국해에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USS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 2척이 합동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미국 해군 제공]

한편, 미군 관계자들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고립과 불확실성도 자살 증가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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