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선2035

“나는 게이이자 올림픽 챔피언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여성국 기자 중앙일보 기자
여성국 사회2팀 기자

여성국 사회2팀 기자

도쿄올림픽은 최소 172명, 역대 가장 많은 성 소수자가 참가한 올림픽이다. 남자 다이빙 금메달을 딴 영국의 톰 데일리도 그중 하나다. 그는 “나는 게이이자 올림픽 챔피언이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내게도 성 소수자 친구가 있다. 친한 동생 K는 7~8년 전 ‘커밍아웃’ 했다. 남자 5명이 취업과 연애 얘길 하던 술자리였다. ‘괜찮다, 응원한다’는 반응 사이 살짝 당혹감도 느꼈다. 커밍아웃을 직접 듣는 게 처음이었으니까. TV 연예인이 아닌 친구의 선언이 낯설면서 걱정도 됐다. 사회의 태도, 일각의 혐오와 차별 때문이었다. 이후 그를 통해 성 소수자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접했다. 모호한 우려가 있던 자리엔 구체적인 인식과 감각이 자랐다. 뉴스·대화·교회 설교 등에서 관련 내용을 접하면 늘 K가 떠올랐다. 지나친 편견과 혐오가 느껴지면 반발심도 생겼다. 친구가 부당한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걸 원하는 이는 없다. K는 대학·직장 등 모든 조직에 성 소수자가 있다고 했다. 성실한 그는 전 국민이 아는 회사에 취업했다. 특별할 것 없는 연애와 이별을 했다. 상대가 동성이었을 뿐.

다이빙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매티 리(왼쪽)와 톰 데일리. [사진 톰 데일리 인스타그램]

다이빙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매티 리(왼쪽)와 톰 데일리. [사진 톰 데일리 인스타그램]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지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 동성애자들은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그냥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독일 저널리스트 바스티안 베르브너의 책 『혐오 없는 삶』에 나오는 아일랜드 중년 집배원 핀바르의 이야기다. 핀바르는 어릴 적 경험 때문에 성 소수자들을 혐오했다. 그는 2013년 아일랜드 시민의회에서 성 소수자 청년 크리스를 만난다. 이들은 매주 맥주를 마시며 크리스의 IT 직업, 핀바르의 손자, 아일랜드의 사회 이슈를 논하며 마음의 장벽을 허문다. 이들의 우정은 시민의회에서 주목받았다고 한다.

“동성애는 핀바르에게 오로지 섹스였다. 그러나 이제는 동성애에서도 섹스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사랑·가족·일상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나도 K 덕에 보수적 설교나 일부 글을 통해 접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작년 1월에는 다른 친구가 커밍아웃했고, 나는 당혹 대신 변함없이 너를 사랑하고 응원한다고 답했다. 톰 데일리가 커밍아웃하기 전인 2010년 영국은 통합 차별금지법으로서 평등법(Equality Act)을 제정했다. 톰은 오스카 각본상 수상자인 더스틴 랜스 블랙과 2017년 부부가 됐다. 금메달을 딴 뒤 그는 “어릴 적 게이란 이유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느꼈지만, 지금은 챔피언이다. 당신도 뭐든 할 수 있다”고 했다. 올림픽 이후엔 부디 ‘숏컷 공격’과 ‘쥴리 논란’의 혐오를 넘어 차별 없는 삶을 논하는 사회가 되길 빈다. 과거의 톰 같은 고민을 할지도 모를 당신과 나의 눈부신 친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