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장으로 읽는 책

C.S. 루이스 『책 읽는 삶』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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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책 읽는 삶

책 읽는 삶

단어를 죽이는 가장 큰 원인은 대다수 사람이 그 단어로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찬반을 표현하려는 욕심이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어는 점점 묘사에서 멀어져 평가에 가까워진다. 한동안은 그 평가에 왜 좋거나 나쁜지가 아직 살짝 암시되어 있지만, 결국은 순전히 평가만 남는다. ‘좋다’나 ‘나쁘다’의 무익한 동의어가 되는 것이다.  C.S. 루이스 『책 읽는 삶』

직전 문장은 이렇다. “흔히들 단어를 죽이는 이유는 특정 단어를 소속 단체의 기치로 가로채서 그 ‘상품 가치’를 오직 자신들만이 사용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휘그당’과 ‘토리당’을 각각 ‘진보’와 ‘보수’라는 말로 교체했을 때 우리는 단어를 죽였다.” 풍부한 언어의 세계가 납작한 상투어가 되는 과정이다.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잘 알려진 루이스는 엄청난 독서가, 저명한 영문학자였다. “독서하지 않는 사람의 확실한 징표는 ‘이미 읽은 책이다’라는 말을 결론 삼아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겠노라 거부하는 것이다.” “쉰 살 때도 똑같이 (종종 훨씬 더)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니라면 열 살 때도 아예 읽을 가치가 없다.” “자기 자신으로만 만족하다가 결국 자아 이하가 된 사람은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나는 내 눈만으로 부족하기에 타인의 눈으로도 볼 것이다. 여러 사람의 눈으로 보더라도 현실만으로는 부족하기에 타인이 지어낸 허구의 세상도 볼 것이다. 온 인류의 눈으로도 부족하다.… 동물도 책을 쓴다면 생쥐나 꿀벌에게 사물이 어떻게 비치는지 아주 즐겁게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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