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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MBC의 잇따른 도쿄 올림픽 방송사고, 공영방송 맞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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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맥락 없는 자막을 넣어 왜곡방송 논란까지 빚은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화면 캡처]

맥락 없는 자막을 넣어 왜곡방송 논란까지 빚은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화면 캡처]

MBC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잇따른 방송사고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논란과 실책에 공영방송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역대급 폭염으로 지친 국민을 더욱 짜증나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연경 인터뷰 영상에 부적절 자막 #국제망신 개회식 사고 벌써 잊은 듯

그제 한국과 일본 여자 배구팀의 예선 경기와 관련된 MBC의 보도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이날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는 김연경 선수 인터뷰 영상에 맥락 없는 자막을 달아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렸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선수가 “감사합니다, 더 뿌듯합니다”라고 대답한 장면에서 질문 자막을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로 처리했다. 해당 자막만 본 시청자들은 김 선수가 다른 종목 선수들을 깎아내린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허벅지 핏줄까지 터지는 투혼을 발휘한 김 선수 개인에 대한 결례는 물론 정확성·객관성이 생명인 뉴스의 본령을 무시한 행위임이 분명하다. MBC는 “편집 축약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논란 직후 비공개 처리한 동영상 원본 전체를 다시 올렸지만 사태는 이미 크게 번진 상황이었다.

이번 사고는 박성제 MBC 사장이 국제적 망신을 부른 개회식 중계방송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한 상태에서 불거져 더욱 충격적이다. MBC는 지난달 23일 개막식 당일 우크라이나·아이티 등 일부 국가를 폄하하는 자료를 방송해 국내외 망신을 샀으며,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다. 게다가 MBC의 사과 이후에도 구설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한국 남자 축구와의 경기에서 자살골을 넣은 루마니아 선수에게 “고마워요”라는 자막을 넣었고, 지난달 26일 유도 선수 안창림이 동메달을 따자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니지만”이라고 했으며, 지난달 29일 야구 대표팀의 이스라엘 경기 도중에 ‘경기 종료’라는 자막을 달기도 했다. 자칭 공영방송 MBC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MBC의 연이은 자충수는 승리·결과만을 앞세우는 스포츠 보도의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올림픽을 국가 간 경쟁으로 보려는 낡은 국수주의도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메달 색깔보다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여서정(기계체조)·황선우(수영)·김제덕(양궁)·신유빈(탁구) 등 소위 Z세대의 선전이 빛나는 도쿄 올림픽이다. 공정한 경쟁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감동을 주고 있다. 이번 논란을 스포츠 보도, 나아가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기존 사고에 대한 MBC의 원인 규명, 관련자 문책 및 재발 방지책 마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