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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걸음, 놀며 걸었는데 상금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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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말요? 갑자기 엄마가 놀랐다/시조 대상 소식을 전화로 들었다/네 걸음, 놀며 걸었는데 상금까지 생기다니 크”

중앙학생시조백일장 대상 #최성현·박하준·이현진 선정

제7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 초등부 대상을 받은 최성현(서울 강남초4)군은 수상 소감을 시조로 밝혔다.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적으면 시가 되고, 네 걸음에 맞춰 쓰면 시조가 된다”면서다.

중앙학생시조백일장 대상 수상자들. 사진은 최성현. [사진 한국시조시인협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 대상 수상자들. 사진은 최성현. [사진 한국시조시인협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으로 치러진 올해 중앙학생시조백일장의 수상자들이 가려졌다. 최성현군과 박하준(울산 강동중2)군, 이현진(광주 정광고3)양이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교육부장관상과 상금 50만원을 받았다. 우수지도상에는 광주 효천초 김수영 강사가, 우수학교상에는 부산 선암초가 선정됐다.

e메일과 우편으로 원고를 접수한 이번 백일장 응모작은 총 1128편. 지난달 4일 예심과 본심을 거쳐 초등부 입상자 44명, 중등부·고등부 입상자 각 14명을 뽑았다. 시상식은 지난달 24일 서울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열리지 못했다. 상장은 각 수상자에게 우편으로 전달됐다.

중앙학생시조백일장 대상 수상자들. 사진은 박하준. [사진 한국시조시인협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 대상 수상자들. 사진은 박하준. [사진 한국시조시인협회]

돌아가신 할머니의 돋보기를 소재로 쓴 작품으로 중등부 대상을 받은 박하준군은 “시조에 할머니의 사랑을 담으려 오랜 시간 끙끙댔다”면서 수상 소식에 “내 마음을 위로해준 큰 선물”이라며 기뻐했다. 고등부 대상 수상자인 이현진양은 “초등학교 직업체험시간에 시조 수업을 듣게 되면서 글을 쓰게 됐다”며 “내게 ‘시는 노래다. 음악처럼 시를 써봐’라고 알려주셨던 이보영 선생님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중앙학생시조백일장 대상 수상자들. 사진은 이현진 학생. [사진 한국시조시인협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 대상 수상자들. 사진은 이현진 학생. [사진 한국시조시인협회]

우수지도상을 받은 김수영씨는 초등 방과후교실 독서역사논술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시조를 가르쳤다. “처음엔 ‘시조가 뭐예요?’라던 아이들에게 ‘글자수의 틀에 맞춰 노래 가사를 집어넣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라’고 알려주자 곧 ‘재밌네, 할 만하네’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중앙학생시조백일장을 주관한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정환 이사장은 “사상 처음 비대면으로 백일장을 진행했지만 학생들 호응이 컸다. 시조 창작 활성화·대중화에 기여하고 시조 문학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초등부 대상〉

위험한 찌개 
-최성현 

국어시간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선생님 화찌개가 머리에서 끓고 있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뚝배기가 곧 터질 듯

〈중등부 대상〉

돋보기  
-박하준

대나무 살을 발라 방패연 만들다가
눈 스친 가시 탓에 밤새 앓던 손자 위해
할머니 돋보기 끼고 침을 발라 주셨지

찬바람 부는 겨울 내가 만든 종이 새는
하늘로 먼 하늘로 날아가고 싶었던지
씨루룽 연줄을 끊고 할머니를 모셔갔지

서랍 속 덩그마니 남아 있는 유품 안경
보고픈 생각에서 코끝에 걸쳐보면
할머니 느꼈던 세상 어질어질 보였지

〈고등부 대상〉

엔딩 크레딧  
-이현진

기다란 인생이란 각본이 끝난 뒤에
천천히 올라가는 엔딩을 장식했던
빛나는 배우 이름은 모든 게 다 나였다

인생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사건들
각본마저 내가 썼던 주연 속에 주인공
영화의 연출 효과 중 하나였던 것이다

누구도 그 영화의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내 각본과 연출 속이 빛나는
주인공 꼭 당신만을 사랑하며 살기를

〈심사평〉 

◆초등부=초등부 작품들은 3장 6구라는 시조 형식을 잘 준수하면서도 순수한 동심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위험한 찌개’를 시제로 단수 작품을 선보인 대상 최성현 학생은 국어시간에 선생님의 화난 모습을 찌개가 끓고 있는 것에 비유한 발랄한 착상이 돋보였다. 최우수상 정지윤 학생의 ‘산골 물’은 자연과의 교감을 친근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중등부=중등부 작품들은 대체로 가족이나 이웃,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자신들만의 솔직한 언어로 표현한 것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대상으로 선정된 박하준 학생의 ‘돋보기’는 할머니의 유품 안경을 보고 할머니를 추억하는 과정이 독창적으로 잘 표현된 수작이다. “씨루룽 연줄을 끊고 할머니를 모셔갔지”와 같은 2연 종장의 중학생답지 않은 성숙성에 주목했다. 최우수상인 조은채 학생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시제로 당면한 사회현상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등부=내면 의식을 반영한 성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다. 대상인 이현진 학생의 ‘엔딩 크레딧’은 정제된 생각의 내밀한 전개에 주목했다. 시상을 펼치는 솜씨가 다소 미숙함에도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진지함을 높이 샀다. 최우수상인 송성운 학생의 ‘쉼표’는 다른 사람의 쉼표가 되겠다는 아름다운 희망을 노래했다.

심사위원: 김삼환(대표 집필), 강현덕, 우은숙

주최·후원·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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