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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허벅지 핏줄 터진 채 “해보자 후회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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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연경 허벅지에 붉은 상처가 뚜렷이 보인다. [연합뉴스]

김연경 허벅지에 붉은 상처가 뚜렷이 보인다. [연합뉴스]

‘배구 여제’는 숙명의 한·일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33)의 허벅지에는 혈관이 터진 듯 붉은 상처가 선명했다.

여자배구 일본에 역전승 8강행 #혼자 30득점 양팀 통틀어 최다

한국이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조별리그 A조 4차전에서 일본을 세트 스코어 3-2로 꺾었다. 3승1패(승점 7)의 한국은 조 3위를 확보해 8강 진출을 확정했다. 같은 시각 남자 축구(멕시코전 3-6 패)와 야구(미국전 2-4 패)가 모두 진 가운데, 여자 배구가 구기 종목의 자존심을 살렸다.

그 중심에는 이날 양 팀 합쳐 최다인 30점을 올린 김연경이 있었다. 한·일전의 김연경은 기량 못지않은 투혼으로 주목받았다. 경기 전 그의 오른쪽 허벅지에 붉은 상처가 보였다. 상처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더 커졌다. 그는 지난해 1월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복근이 찢어지자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다시 또 투혼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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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에서 치르는 한·일전은 큰 부담이었다. 김연경도 “해보자. 후회하지 말자”고 동료들을 독려했다. 5세트 9-11로 뒤진 상황에서 “하나만 더 하면 기회가 온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13-14의 매치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 김연경은 블로커 맞고 튕긴 공을 몸을 날려 받아냈다. 박정아가 동점으로 연결하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15-14에서 박정아가 경기를 마무리한 직후엔 기쁨을 참지 못해 펄쩍펄쩍 뛰었다. 그는 “일본이 잘해서 항상 부담이 있었는데 오늘 이겨 기쁨은 두 배 이상”이라며 웃었다.

한국 여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메달에 도전한다. 학교폭력 논란으로 빠진 이재영-이다영 자매 공백이 커 보였지만, 어려움을 헤치고 8강에 올랐다. 김연경은 “8강전 상대가 정해지면 다시 한번 기적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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