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발 소년' 가장 높이 날았다…우상혁 높이뛰기 韓신기록 4위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21:44

업데이트 2021.08.01 22:19

높이뛰기 한국기록을 세우며 역대 최고 순위에 오른 우상혁.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높이뛰기 한국기록을 세우며 역대 최고 순위에 오른 우상혁.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일병 우상혁'이 한국 육상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높이뛰기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트랙&필드 역대 최고 순위인 4위에 올랐다.

개인 베스트 2m35, 트랙&필드 사상 최고 순위
24년 묵은 이진택의 한국기록도 갈아치워

우상혁은 1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었다. 공동 금메달을 따낸 무타즈 바르심(카타르),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 동메달을 차지한 막심 네다세카우(벨라루시)의 기록(2m37)과는 불과 2㎝였다.

우상혁은 지난달 30일 열린 예선에서 2m28을 넘어 결선에 올랐다. 컨디션은 이틀 사이 더 좋아졌다. 결선에선 2m19, 2m24, 2m27, 2m30를 모두 한 번에 가볍게 넘었다. 우상혁은 2m30을 넘은 뒤 카메라를 대고 "이제 시작이다. 렛츠고"를 외쳤다.

2m33 첫 번째 시기에선 실패했다. 테이크오프 동작까지 부드러웠으나 엉덩이가 바에 걸렸다. 하지만 두 번째 시기엔서 기어이 넘었다.

우상혁은 이어 2m35에 도전했다. 관중들의 박수를 유도한 뒤 "가자"라고 소리를 지르며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몸을 날린 우상혁은 바를 살짝 건드렸으나 떨어지진 않았다. 우상혁은 바닥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고, 김도균 높이뛰기·장대높이뛰기 코치도 포효했다.

2m33을 뛰어넘고 있는 우상혁. [뉴스1]

2m33을 뛰어넘고 있는 우상혁. [뉴스1]

6명의 선수가 남은 상황에서 치열한 머리 싸움이 시작됐다. 2m37을 건너 뛰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우상혁도 2m35를 한 차례 실패한 뒤 2m39를 신청했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까지 가진 못했다. 2차 시기를 실패한 우상혁은 3차 시기에서 신중하게 준비했다. 도움닫기 이후 좋은 점프를 했으나 다리가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우상혁은 환하게 웃은 뒤 거수 경례를 했다.

한국 높이뛰기는 '20세기'에 멈춰있었다. 이진택이 1997년 세운 한국기록(2m34)이 24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육상 전체로도 마찬가지였다. 도로 경기(마라톤, 경보)를 제외한 육상 트랙&필드 올림픽 최고 성적은 8위. 1984년 LA 대회 김종일(남자 멀리뛰기), 1988년 서울 대회 김희선(여자 높이뛰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진택이 8위에 올랐다. 하지만 우상혁이 선배들의 기록을 넘어섰다.

도쿄로 가는 여정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코로나19 때문에 국제대회 출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우상혁의 경쟁자가 없어, 그가 느끼는 긴장감이 떨어졌다. 김도균 코치는 "국내 경기만으로는 올림픽을 준비하기 힘들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규제가 많아져 어쩔 수 없었다. 진천선수촌과 촌외 훈련을 병행하면서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우상혁은 지난 3월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다. 이후 훈련소에 열흘만 있었고, 대표팀에서 훈련하고 있다. 지난 5월 진급한 우상혁의 계급은 일병. 우상혁은 "주변에서 빨리 입대하는 걸 추천했다. 환경이 바뀌면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말 그랬다"고 했다.

우상혁은 랭킹 포인트 최종 산정일이었던 6월 29일까지 랭킹 35위에 머물러 도쿄행을 확정짓지 못했다. 하지만 육상연맹이 개최한 높이뛰기 우수선수초청 공인기록회에서 개인 최고기록보다 1㎝ 높은 2m31을 뛰어넘어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우상혁은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다. 8살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탓이다. 발 크기가 달라 균형을 잡기 힘들지만 그는 이겨냈다. 우상혁은 "발 크기가 달라 밸런스가 맞지 않지만, 균형 유지 훈련을 많이 해 극복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육상을 시작한 그는 대전 중리초등학교 육상부에서 윤종형 코치를 만났다. 윤 코치는 '짝발'인 우상혁에게 높이뛰기 전향을 제안했다. 그리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 함께 갔다. 그리고 우상혁은 2019년, 인생의 두 번째 은사를 만났다. 지금 그를 지도하는 김도균 코치다. 김 코치는 피로 골절과 기록 저하로 괴로워하던 우상혁을 일으켰다. 우상혁은 "코치님 덕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우상혁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개인 첫 결선 진출, 그리고 한국 기록(2m34)이란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대한민국 군인답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다짐대로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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