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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빵'이 아니라더니, '공갈빵' 찍어내는 정부[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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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부동산 정책 브리핑을 하는 홍남기 경제 부총리. 오른쪽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지난달 28일 부동산 정책 브리핑을 하는 홍남기 경제 부총리. 오른쪽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며칠 전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습니다. 홍부총리가 발표한 담화문의 핵심은 "주택 공급 충분하니 (주택)추격 매수 신중히 결정해라. 집값 고점이고, 앞으로 큰 폭으로 내려갈 수 있다."입니다.

공급이 충분하다는 부총리의 말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의 말을 따져봤습니다. 홍부총리는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8만3000가구"라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밝힌 올해 서울 입주물량 3만6000가구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말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세워서라도 만들겠지만, 아파트는 공사 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빵처럼 갑자기 공급물량이 증가한 겁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홍부총리의 '공급물량'에 오피스텔·연립주택 같은 '비아파트'와 '청년주택'이나 '행복주택'같은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간 결과입니다.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 날, 홍부총리 옆에 앉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전청약 확대 방안'을 얘기했습니다. 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분양물량에만 적용 중인 사전청약을 민영주택과 2·4대책 핵심인 도심공급 물량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전청약은 '공갈빵'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전에 '예약'을 받는 개념이기 때문에 공급이 늘어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정부가 사전청약 대상으로 계산한 물량도 실제 예정대로 공급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전청약 방식으로 분양하는 3기 신도시의 경우 LH 투기사태 이후 토지주와 원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 사전청약을 받은 3기 신도시 중 하남 교산은 지장물 조사도 못 했고, 인천 계양은 토지감정 재평가를 요구하는 토지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전 사전청약지에서는 실제 입주까지 10년이 걸린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는 전체 땅값이 2조원, 평당 가격이 2억원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에 임대주택 3000가구를 지을 계획이지만 강남구와 지역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정부는 전체 땅값이 2조원, 평당 가격이 2억원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에 임대주택 3000가구를 지을 계획이지만 강남구와 지역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정부가 서울 지역 사전청약 물량으로 계산한 강남구 서울의료원(3000가구)과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1000가구) 등은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심해 사업 추진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서울의료원 부지를 포함한 서울 지역 물량은 대부분 임대주택입니다. 이 역시 임대주택을 공급물량으로 계산한 겁니다.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 대해 주택 시장에서 "뻥튀기다","돌려막기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게 이 때문입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공급을 틀어막은 결과 4년 전 집값이 지금의 전셋값이 됐습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중간가격)이 6억2240만원으로 4년 전인 2017년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6억2888만원)과 비슷합니다.

지금 많은 주택수요자는 홍부총리의 '집값 고점' 경고를 김수현 전 청와대 수석의 "집 팔 기회 드리겠다" 나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등의 발언과 비슷하게 받아들입니다. 왜 그럴까요. 주택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공갈빵'이 아니라 '양질의 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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