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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이 '여서정' 했다 "이젠 아빠 여홍철 이길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후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시상식에서 한국 여서정이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고 있다.[연합뉴스]

1일 오후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시상식에서 한국 여서정이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고 있다.[연합뉴스]

'도마 공주' 여서정(19·수원시청)이 한국 여자 체조 역사를 바꿨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으로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15.083점), 마이케일러 스키너(미국·14.916점)에 이어 3위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체조는 이번 대회 전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총 9개(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 메달을 땄다. 공교롭게도 모두 남자 기계체조에서만 나왔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남자 도마 은메달을 획득한 여홍철(50) 경희대 교수가 그의 아버지. 대한민국 사상 첫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역사도 썼다. 여서정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금메달을 획득하며 일찌감치 여자 체조 간판으로 우뚝 섰다. 당시에도 여자 체조선수로는 32년 만에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이날 여서정은 금메달도 가능했다.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등재된 난도 6.2점짜리 고난도 '여서정'을 퍼펙트하게 수행했다. 수행점수 9.133점을 더해 15.333점으로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 난도 5.4점을 실시했는데 착지 때 몸이 쏠리면서 세 발자국 앞으로 나가 감점, 14.133점의 다소 낮은 점수로 3위에 랭크됐다. 메달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뒤이어 나온 3명의 선수가 모두 여서정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극적으로 동메달이 확정됐다.

여서정은 경기 뒤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보상을 받은 느낌이라 기쁘다. 2차 시기 착지에서 아차 싶었다. 1차가 아주 잘 돼서 더 잘해야겠다 싶었다. 결과에 만족한다"며 "(이정식) 감독님은 '여서정 기술을 해낸 것도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메달을 따고 싶었다. 경기 전 연습 때는 긴장했지만, 기분이 좋아야 컨디션도 좋아지니 많이 웃으려고 했다. 관중 없는 올림픽이라 나도 덜 긴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쿄에 있는 동안 아빠랑 메시지를 정말 많이 했다. 내가 자신 없어 할 때 장문의 메시지를 정말 많이 보내주셨다. 아빠로 인해 보는 시선들이 많았다. 이제는 열심히 해서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며 "(오늘 여홍철 위원이 '여서정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는 얘길 듣고) 아빠가 먼저 체조를 했다. 그러다 보니 그늘에 가려져 있다고 생각하셨던 게 아닐까. 그래서 아빠가 여홍철 딸이 아닌 여서정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싶다는 말을 한 것 같다. 이제 아빠를 이기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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