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특혜" 김현아 자진사퇴…전날까지 임명 무게 둔 吳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8:00

업데이트 2021.08.01 18:13

김현아 서울주택도시(SH)공사 사장 후보자가 1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4채를 보유한 데 대해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지 닷새 만이다.

참모 긴급회의 소집해 '임명해야 하나' 물어

'시대적 특혜' 발언 이후 닷새만에 사퇴

27일 인사청문회 당시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 연합뉴스

27일 인사청문회 당시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SH 공사 사장 후보자에서 사퇴한다”며 “저를 지지하고 비판하신 모든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진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김 후보자 임명 강행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고 한다. SH 공사 사장은 시의회 의견과 무관하게 서울시장이 임명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임명 확률이 90%라고 봤는데 전날 오후에 갑자기 시장님이 간부들을 소집해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며 “찬반 양론이 팽팽하자 시장님이 깊게 고민해본 뒤 결정하시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임명 확률 90% 였지만, 국민정서 거스를 수 없었다"

지난 5일 오 시장이 김 후보자를 SH공사 사장에 내정할 당시만 해도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김 후보자는 서울 청담동 아파트와 잠원동 상가, 부산 부곡동 아파트와 중앙동 오피스텔을 보유했다. 시 관계자는 “부산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모두 9평 가량으로 16년 전에 매입해 남편이 실거주하고 있고 서울 상가도 3평 짜리로 투기 목적이 뚜렷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하지만 시대의 변화로 달라진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고위공무원을 하려면 1주택만 하라는 게 일종의 ‘룰’이 됐고 특히 공공주택 공급을 총괄하는 SH사장으로서는 더욱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또 ‘김 후보자를 임명하면 ’내로남불‘ 논란을 피할 수 없고 시의회와의 협치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연락이 오 시장 측에 쇄도했다고 한다.

인사청문회 이후 김 후보자는 서울 아파트와 상가를 두고 부산의 주택 2채를 매각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내로남불’ 비판은 계속 됐다. 지난해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반포동 아파트는 두고 충북 청주의 집을 팔기로 하자 당시 김 후보자는 “청주집보다는 반포 집이 낫고, 반포 집보다는 청와대가 낫다는 것이냐”고 비꼬았는데, 이제 와서 같은 방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공세에 낙마…SH사장 공석 장기화

지난 2019년 부동산 차익실현 논란으로 물러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매각 뒤 차익을 기부하겠다”고 했을 때도 김 후보자는 “온갖 변명으로 구차하게 버티던 인사가 투기로 번 돈을 기부하겠다고 한다. 황당하고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게 한다”고 비판했었다.

과거 공공임대 주택에 대해 반대해왔던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여연대는 “김 후보자가 20대 국회의원을 지낼 때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다주택자를 위한 감세정책을 옹호해왔으며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대해 ‘부동산 사회주의’라고 비판해왔다”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대형건설사 위주의 건설산업연구원에서 20여년 간 일한 이력도 SH공사 사장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단행한 산하기관장 인사가 처음으로 무산됐다. 지난 2015년 서울시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내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도 사상 처음이다. 서울시는 새로운 후보자를 다시 내정하고 인사청문회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SH공사 사장 자리는 지난 4월 7일 보궐선거 직후부터 4개월 가까이 공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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