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만 무역史 다시 쓴 수출…하반기 전망은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7:56

업데이트 2021.08.01 18:36

수출이 기록을 넘어 역사를 썼다.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월간 기준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델타 변이 발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고 있지만, 세계적 경기 회복 흐름이 꺾이지 않은 덕분이다.

65년 만 역대 최고 수출액

월별 수출액 및 증감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월별 수출액 및 증감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수출액이 554억4000만 달러(약 63조866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6% 늘었다고 밝혔다. 무역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65년 만에 월간 기준 가장 높다. 7월은 공휴일이 없어 조업일수는 많지만, 여름 휴가철이 있어 수출 실적은 낮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 흐름에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호황)’이 있었던 2017년 9월(551억1000만 달러) 기록 마저 3억 달러 이상 뛰어넘었다.

절대 수출액뿐 아니라 상승률도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 영향에 전년 대비 수출액이 두 자릿수 급감했던 지난해 5월(-23.7%)·6월(-10.9%)에 비해 지난해 7월은 한 자릿수(-7.1%) 감소에 그쳤다. 이러한 기저효과(비교 수치가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 차이를 고려하면 32년 만에 최고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5월(45.6%)과 비교해도 지난달 상승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역대 월간 수출액 상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역대 월간 수출액 상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7월 수출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7월까지 누계 수출액(3587억 달러)도 역대 1위를 유지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3월부터는 5개월 연속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착시’ 극복…15대 품목 증가

7월 품목별 수출액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7월 품목별 수출액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간 한국 수출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착시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수출은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5대 품목 모두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특히 이 중 13개 품목은 두 자릿수 증가다. 신제품 출시가 없어 비수기인 무선통신기기(5.0%)와 1~2년 전 수주액이 실적에 잡히는 선박(9.3%)만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109억9700만 달러, 39.6%)와 석유화학(47억1600만 달러, 59.5%)·컴퓨터(14억9000만 달러, 26.4%)는 7월 기준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41억300만 달러, 12.3%)도 7월 역대 2위 수출 실적을 내며 선방했다. 신성장 품목인 바이오헬스(13억2300만 달러, 27.2%)·2차전지(7억8800만 달러, 31.3%)·농수산품(8억4400만 달러, 3.7%)·화장품(6억5500만 달러, 11.7%)도 수출액도 모두 7월 기준 가장 높았다.

수출 호조가 이어진 것은 그만큼 최근 대외 교역 요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5월 글로벌 교역 누적액은 전년 보다 27.4%(15조8344억 달러) 증가했다. 판매 단가도 상승했고,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경제로 주력 업종인 반도체·IT(정보통신) 산업이 수혜를 입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수출 호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비대면 특수 둔화, 원자재 가격은 우려

다반 하반기부터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거란 우려가 있다. 수출 실적이 자체 산업 경쟁력 향상보다는 경기 회복 흐름을 타고 올라간 측면이 큰 만큼 경기 상승세가 꺾이면 수출액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수출은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호황)'이 있었던 2018년(6055억 달러)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도, 미·중 무역분쟁 등 영향에 1년 만인 2019년(5424억 달러) 고꾸라진 경험이 있다.

우선 원자재를 가공해 되파는 중간재 산업이 많은 한국은 최근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수입액(536억7000만 달러)은 전년 대비 큰 폭(38.2%) 올랐다. 원유(72.7%)·철광(71.7%) 등 1차 산품 상승 폭이 큰 탓이다. 이 영향에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 폭(17억6000만 달러)도 6월(44억5100만 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하반기 수출보다 수입 증가폭이 커 14억 달러 무역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망대로면 2008년 하반기 무역적자 이후 13년만 처음이다.

또 코로나19에서 본격 회복하면, 대외 활동이 늘면서 한국 기업이 수혜를 받았던 비대면 경제 특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표적 비대면 경제 수혜 품목인 PC용 D램 범용제품(8Gb)은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빼고는 원자재 비용만큼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기업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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