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의 골든스코어] 코로나 메친 한국 유도의 투혼에 박수를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7:21

업데이트 2021.08.01 18:16

정훈 전 감독은 코로나19에도 투혼을 보여준 후배들을 칭찬했다. [연합뉴스]

정훈 전 감독은 코로나19에도 투혼을 보여준 후배들을 칭찬했다. [연합뉴스]

아쉽다. 한국 유도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골드(은1, 동2)'에 그쳤다. 지난 리우 대회(은2, 동1))에 이어 2연속이다. 안바울(66㎏급)과 안창림(73㎏급)이 동메달, 조구함(100㎏급)이 은메달을 따냈다. 유도는 최소 금메달 1개(남자부) 이상이 목표였다. 승부의 세계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결론만 따지면 올림픽 효자 종목의 자존심을 구겼다.

도쿄올림픽 금보다 값진 은,동
감독으로 올림픽 금2, 선수로 동1
정훈 전 유도대표팀 감독 관전평

지금부턴 후배들을 위한 변명을 해보겠다. 나 만큼 이들의 마음과 상황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올림픽의 쓴맛과 단맛을 다 경험했다.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나선 2012 런던올림픽에선 금메달 2개(동메달 1개)를 일궜다. 반면 선수로 나선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동메달이지만, 내가 딴 것과 안바울, 안창림이 따낸 동메달의 가치는 다르다. 두 사람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이뤄낸 결과물이라서다. 유도 대표팀은 지난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 대회가 중단됐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도 몇 달간 닫았다.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홀로 훈련했다. 몸상태와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는 치명적인 환경이었다. 대련 종목 특성상 같은 체급 파트너나 라이벌과 함께 뛰는 게 중요하다.

대한유도회 조용철 유도회 회장의 물심양면 지원 속에 올해 1월부터는 국제 대회에 다시 참가했다.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면 2주간 자가격리(1주일 코호트 훈련 포함)를 반복해야 했다. 1월부터 6월까지 5차례나 국제 대회에 출전한 선수도 있었는데, 이 경우 5개월 중 절반인 2개월 반을 자가격리했다. 이 기간 정식 훈련이 불가능해서 체력과 컨디션 끌어올리기는커녕 실전 감각 유지도 어렵다. 랭킹 포인트 쌓은 것 외엔 득보다 실이 많았다. 핸디캡을 안고 대회를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렸던 남자부는 개최국 일본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일본은 남자부 7체급 중 5체급을 석권했다. 만만치 않은 유럽세와 남은 메달 경쟁을 한 한국은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으로 한국 유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확인했다.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끈끈한 유도를 해야 국제 무대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축 선수들이 내년이면 서른이다. 이들이 선수로 뛰는 동안 미리 세대 교체도 슬슬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얇은 선수층 속에서도 항상 일본이 두려워하는 유도가를 발굴했다. 다음 올림픽이 3년 남은 만큼 빠르게 차세대를 키우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메달로 선수의 노력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금메달 마큼 값진 동메달, 은메달을 따난 후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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