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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4세 '접종거부자' 2일 예약 재개, '기계적 공정' 대신 위험회피 선택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6:19

지난 5월 말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5월 말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동안 우리 부부가 기죽어 살았습니다. 백신 안 맞았다고 일자리 탈락을 걱정하며 마음고생 했어요. 이번에 기회가 왔으니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지요."
 강원도에 사는 진모(68)씨는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목소리에 생기가 넘쳤다. 진씨와 남편(70)은 지난 6월 3일 마감한 60~74세 우선 접종 예약을 못 했다. 진씨는접종 기간에 중국에 체류하게 돼 있어 예약할 생각을 못 했다. 혼자 있게 되는 남편은 이상반응 대처가 힘들 것 같아 망설이다 끝내 예약하지 못했다. 진씨는 접종 거부자로 몰린 게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부부는 정부의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데, 정부가 대상자 선정에 백신 접종 가산점을 준다고 해서 일자리를 잃을까 봐 걱정해 왔다. 진씨는 "아스트라제네카(AZ)이면 어떠냐. 이번에 안 맞으면 기회가 다시 오겠느냐. 델타 변이가 퍼진다는데, 2일 당장 예약하겠다"고 말했다.

진씨 같은 60~74세 '접종 거부자'가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일 오후 8시 60~74세 고령층 126만9000명의 AZ 예약을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이달 31일까지 예약하고, 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접종한다. 이들은 5~6월 우선 접종 순번이 돌아왔을 때 예약하지 않았다. 다. 상당수는 AZ 백신의 희귀혈전증 논란 때문에, 일부는 개인 사정 때문에 예약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그동안 접종 순번을 거부하면 맨 뒤로 밀린다고 강조해왔다. 질병관리청은 "기회를 줬는데 응하지 않은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공정에 어긋난다"고 "순번이 한 바퀴 돈 뒤 10월에 맞거나 약간 당겨도 9월에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런 '기계적 공정'을 깬 이유는 4차 유행이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고령층 위험이 부각돼 왔기 때문이다. 60세 이상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한다. 지난달 26일 기준 코로나19 치명률을 보면 80세 이상 18.5%, 70대 5.5%, 60대 1.0%, 50대 0.2%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접종 기회가 부여된 후 미접종자에게 기회가 부여되지만 60세 이상은 감염될 경우 중증 악화, 사망 위험이 굉장히 높아 신속하게 접종을 종료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방역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어 고위험군을 빨리 접종하자는 전문가의 의견이 강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장모(68)씨는 "혈전증 병력이 있어서 AZ 백신을 신청할 수 없었다. 의사도 권장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접종 거부자로 분류되니 답답했다"고 말한다. 장씨는 다행히 지난달 26일 잔여 백신(화이자)을 맞았다. 일부에서는 "지난 6월 희귀혈전증 우려 때문에 AZ 백신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또다시AZ이냐. 맞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반발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얼마나 접종에 나설지 미지수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원칙을 양보해 올바른 선택을 했다. AZ 백신을 선택했는데, 우선 접종자와 형평성을 맞추려고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60~74세의 접종 시기를 앞당긴 건 잘했다고 본다. 다만 4순위로 간다고 하더니 인제 와서 원칙을 무너뜨리니까 신뢰성에 흠집이 난 면이 있다"며 "고위험군이고 고령층이니 일단 맞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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