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 25번째 선수, 해병대 1162기 권누리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5:58

SSG 불펜 포수인 권누리 씨는 이번 한국 야구대표팀에 있는 유일한 불펜 포수다. AD 카드 발급이 제한돼 유일하게 요코하마 현지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고 있다. [사진 SSG]

SSG 불펜 포수인 권누리 씨는 이번 한국 야구대표팀에 있는 유일한 불펜 포수다. AD 카드 발급이 제한돼 유일하게 요코하마 현지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고 있다. [사진 SSG]

한국 야구대표팀에는 최종 엔트리(24인) 이외 25번째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불펜 포수 권누리(30)씨다.

권누리 씨는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의 유일한 불펜 포수다. 경기 전후 투수들의 연습 구를 받아주는 게 그의 주된 임무다.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기 전 타격 훈련 때는 배팅 볼을 던지기도 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에 그가 얽혀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인다.

어깨가 무겁다. 한국에서 훈련할 때는 대표팀 불펜 포수는 4명이었다. 하지만 AD(Accreditation) 카드가 제한돼 불펜 포수 중 유일하게 권누리 씨만 도쿄행 비행기에 탔다. 도쿄올림픽은 조직위원회가 방역을 이유로 종목별 AD카드 발급을 대폭 줄였고 야구대표팀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현장 스태프를 꾸렸다.

권누리 씨의 국제대회 참가는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9년 WBSC 프리미어12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국가대표팀의 호출을 받았지만, 소속팀(SSG) 사정상 불참했다. 사실상 2017년 이후 열린 국제대회엔 항상 그가 있었던 셈이다.

선수로는 만개하지 못했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한 뒤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의 외면을 받았다. 2년제인 제주관광대에서 선수의 꿈을 이어갔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야구를 그만두고 열심히 살자"는 생각으로 지원한 곳은 해병대(1162기)였다. 2014년 3월 전역해 막연하게 미래를 고민하던 순간 서울 고명초등학교에서 야구 관련 일을 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성실함을 인정받아 몇 개월 뒤 SK 구단(현 SSG)에 들어갔다. 선수로는 계속 외면받던 그가 불펜 포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연 셈이다.

권누리 씨는 선수들이 인정하는 불펜 포수다. 또 배팅볼도 잘 던진다. 그의 진가가 발휘된 건 2016년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당시 팀 동료 정의윤의 전담 배팅볼 투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는데 박경수(KT), 에릭 테임즈(전 NC) 등과도 짝을 이뤘다. 워낙 타격하기 좋은 코스로 공을 던져주니 수요가 넘쳤다. 그때 인연으로 국가대표 현장 스태프 경력도 시작됐다. 그는 "국가대표라고 생각하고, 책임감도 크다"고 했다.

동기들과 조금 다른 길을 간다. KT 외야수 송민섭이 고등학교 동창이다. 권누리 씨는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괜찮다. 처음엔 사실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신분이 다르지 않나.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도 있고 인정도 받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혼자서 웬만한 걸 다 해야 하니까 힘이 들기도 하지만 즐겁다. 살면서 내가 언제 올림픽이라는 걸 나와 보겠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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