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30분 전 폐강'도 허용 학칙…"대학 자율"이라는 교육부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5:48

업데이트 2021.08.01 17:53

서강대학교 전경. [사진 서강대]

서강대학교 전경. [사진 서강대]

1학기 개강 첫날인 지난 3월 2일, 서강대학교 융합소프트웨어 연계 전공 학생들이 듣는 필수과목인 '운영체제 입문' 수업이 폐강됐다.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하는 수업이었는데, 학생들은 9시 59분에서야 문자메시지를 통해 폐강 사실을 통보받았다.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촉박하게 폐강을 하더라도 학칙상 문제는 없다. 많은 대학이 학칙에 폐강 요건을 정해두고 있긴 하지만, '기타 사유로 학과 요청에 따라 폐강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강 통보를 할 수 없게 되는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이유로, 언제든 폐강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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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엔 '학칙에 따라서', 학칙엔 '대학 맘대로'…피해는 학생 몫

서강대 사건을 계기로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에는 '대학 마음대로 폐강 가능한 학사규정을 바꾸자'는 글이 올라왔다. 폐강 기준을 사전에 상세히 제시해 폐강 과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하고, 통보는 최소한 개강 전에 하도록 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대학 등록금 관련 정보공개 청구에 나섰던 박재천 변호사가 141명 학생들의 공감을 모아 교육부에 의견서를 냈다.

한 대학의 폐강 관련 학칙. 폐강 요건으로 인원수를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사유로도 폐강이 가능하다고 해 사실상 제한하지 않고 있다.

한 대학의 폐강 관련 학칙. 폐강 요건으로 인원수를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사유로도 폐강이 가능하다고 해 사실상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달 15일 '지금의 규정을 바꿀 수 없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개별 대학이 정한 학칙 규정 및 학사 운영 사항에 관여하면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는 "교과목 폐강은 수강 기준인원 미달로 인해 주로 발생한다"면서 "폐강 시 분반 이동, 대체과목 개설, 대체 교·강사 확보 등 대학에서 여러 해결 방안을 강구해 조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법이 그러하니 교육부가 손 쓸 방법이 없단 얘기다. 고등교육법은 교육과정의 운영이나 수업과 관련한 사항은 모두 대학교 학칙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전에는 대학이 학칙을 만들거나 바꾸면 교육부에 보고하는 게 의무였으나 10년 전 폐지됐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자율화 추진계획의 일환이었다.

"학령인구 줄면 폐강 문제 빈번해질 것…법 개정 나서야" 

박재천 변호사는 "장사하는 대학 입장에선 경제적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을 거고 학칙은 거기에 이끌려 간다"면서 "학교의 경영 사정이 안 좋다며 일방적으로 폐강하면 학생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지난 3~4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진행됐던 프로젝트.[사진 홈페이지 캡쳐]

지난 3~4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진행됐던 프로젝트.[사진 홈페이지 캡쳐]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국내 대학이 학칙에 따라 과도한 자율성을 갖는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의 경우 학칙을 만들거나 고칠 때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대학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학칙 관련 규정은 교육부에 제출되도록 한다. 일본에도 학칙에 대한 법정·인가 제도가 있다.

박 변호사는 "대학에 가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앞으로 폐강 관련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교육부에서 폐강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행정지도를 하는 등 적극적인 감독을 하거나 국회에서 고등교육법 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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