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한라산” 응답없는 ‘백두산’, NLL 교신엔 北 묵묵부답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5:43

2019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해안포로 추정되는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19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해안포로 추정되는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일대 충돌 방지를 위해 무선으로 교신하는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지만 NLL 핫라인을 놓곤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 서해 충돌 방지 무선 교신에 답 없어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에도 침묵 이어가
필요한 것만 챙긴다…‘살라미 전술’ 노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1일 “북한은 지난해 6월 통신연락선을 전면 차단한 이후 서해 무선 교신에도 응답하지 않는다”며 “군 당국이 꾸준히 무선 교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1일에도 북한이 답변이나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지난달 27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통신선 연결에 대해 “통일부와 군에서 운용하던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북한이 서해 무선 교신에도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NLL 핫라인을 놓곤 북한의 반응이 없다. 소식통은 “군 당국은 무선 교신을 계속 시도해 남북 간 합의사항을 지킨다는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해군 고속정이 기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해군 고속정이 기동하고 있다. 뉴스1

NLL 일대 무력 충돌 방지와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통신망이 서해 무선 교신이다. 남북은 2005년 8월부터 국제상선공통망(VHF) 채널 12번으로 매일 오전 9시에 교신하기로 합의했다.

서해지구 및 동해지구 군 통신선과 달리 무선으로 교신하기 때문에 별다른 복원 조치가 필요 없다. 한국 해군 함정이 “한라산”이라고 호출하면 북한 함정이 “백두산”이라고 답변하면서 통신을 시작할 수 있다.

북한은 그간 서해 교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간혹 이어가던 교신도 이명박 정부 이후 단절됐다. 그나마 2018년 9ㆍ19 남북합의 이후 통신을 재개했지만 지난해 6월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북한군의 장사장포 훈련 모습. [조선중앙통신]

북한군의 장사장포 훈련 모습. [조선중앙통신]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서해 무선 교신에는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북 관련 인사는 “북한이 필요한 부분만 조금씩 확보하며 협상 속도를 조절하는 ‘살라미 전술’로 대남 전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북 긴장 상황을 지렛대로 협상 국면을 이어가는 북한으로선 서해 무선 교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얻는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당장 서해 무선 교신을 복원하면 북한이 서해 일대에서 긴장 국면을 조성하기 어려워진다. 이번엔 통신선 복구로 마무리하고 NLL은 무응답 상태로 놔둔 뒤 향후 한국 정부에게 뭔가를 요구할 때 카드로 쓰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군 당국은 한편 이번에 복원한 서해지구 통신선으로 NLL 일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정보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보낸 NLL 일대 중국 어선 조업 위치와 규모 등 구체적인 정보가 단속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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